이 성화는 로사노가 약 550년경에 그린 것으로서 현재 독일「마리아라흐」에 보관되고 있다. 얼른 보기에 이 성화는 대단히 단순하고 소박하게 느껴진다. 예수의 하의와 후광 그리고 대야만이 금색으로 그려졌을뿐 제자들의 옷은 단조롭게 모두 같은 푸른색으로 그려졌다. 가운데 서있는 제자들의 머리색깔은 짙은고동색으로 그려졌고 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베드로와 예수 뒷편에 서있는 두 제자의 머리와 턱수염은 옷색깔과 같은 푸른색으로 그려졌다. 전체적인 배경은 약간 보라색이 섞인 붉은 자주빛깔이고 발을 씻기려고 하는 스승의 과분한 행동에 놀라 어쩔줄몰라 하는 제자들의 당황한 모습이 휘둥그래진 눈에 역역히 드러나고 있다. (역자 주)
그것은 빠스카 축일 전날이었다. 예수는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에게로 갈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으셨다. 예수는 식사하시기 전에 일어나셔서 웃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동여매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은 다음 제자들의 발을 씻기 시작하셨다. (비교 요한13장) 이 그림에서 어떤 저항키 힘든 그 무엇이 움직고 있는듯 하다. 이제 그분이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오셨다는 것을 똑똑히 나타내보일 시간이 온 것이다. 제자들은 이 시간의 위대함을 깨달은 것 같다! 그는 하느님의 모습에서 자신을 나타내고 종의 신분을 취하셨다. 가장 위대하신 분이 모든 이의 봉사자가 되신 것이다. 고귀함-겸비. 열두명의 제자들이 모두 흥분해서 서로를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있는듯하다.
아마 제자들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그분의 위대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자들은 빵과 물고기를 많게하시고 소경과 마비된 자를 고쳐주시고 또 죽은 자에게는 생명을 주신 그분의 놀라운 기적의 힘을 체험하였었다. 또한 그들은 예수의 눈길 때문에 생에 전환을 가져온 사람들도 보았었다. 또 제자들 중 몇몇은 「타볼산」에서 변모하신 예수를 직접 보고 체험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이제 그처럼 훌륭하신 분이 자신을 지극히 낮추시어 허리를 굽히고 계신다. 이같은 예수의 행동은 제자들의 마음을 혼란케하였다.
왜냐하면 이런 행동은 이스라엘의 구원자이며 임금이신 메시아에 대한 상상에 어울리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는 그들의 생각이나 말에 상관하지 않으시고 몸을 굽힌채 그들의 발을 씻기고 계신다. 화가는 예수의 옷과 후광과 대야를 금색으로 그렸다. 이는 어떠한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낸것일까? 그것은 과연 이 행동에서 표현하고자하는 어떤 중대한 것을 다루고 있다. 『너희들에게 새로운 계명을 하나 주노라! 너희들은 너희 자신을 사랑함 같이 말고, 오진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함과 같은 사랑으로 사랑하여라!』이제 이 같은 사랑을 우리 마음의 그릇에 부으시고 계신다.
이 사랑은 구원자의 행위의 찬란한 빛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며 계속 성사적인 현존의 원천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이 성화의 열두사람은 본래 한 사람이 아닐까? 그것은 곧 내가 아닐까? 예수를 배반하고 의심하며 수다스럽고 교만한 자가 아닐까. 나는 뭔가 반성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여 당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를 씻어주소서.
예수여 봉사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준비시켜 주시며 강하게 만들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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