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불러주었으면」비록 나중에는 거절을 할지라도 누가 불러주고 찾아줬으면 하는 고독과 나를 어떻게할까 하는 초조감의 복잡은「실존의 결여」로 막상 출구가 없다. 창문이 있다 하여 다 출구는 아니 잖은가. 현대식 건축물은 창문의 공간이고 그곳이 살방이다. 10층 20층 온통창으로 쌓아올린 건물은 출입구가 한 둘 뿐이다.
그래서 대연각의 창에서 인간 낙엽이 추풍낙엽으로 지더라.
톨스토이 영감은「어떤 광인의 일기」에서-『내가 참을 수 없는 상태 그것은 곧 나 자신이다. 이 자신에서 나는 도망칠 수 없다』한다. 그렇다. 내가 두렵고 가증스럽고 모순과 허위 몽유병환자 늘 어떤 신경증에 앓고있는 나에게서 탈출하는 자만이「니르바나」(열반)에 몰입하고 자유이고 휴식이다. 그러나 조개가 조가비를 싫다고 벗어 버린다면 죽어버릴 것이다.
세상엔 놀고 잘 먹는 사람들이 많다. 딩둥 딩둥 취미쪼로 기타를 뜯다가 우연한 기회에 인기를 얻고서 주야로 딩둥 딩둥 한다. 노래자랑대회에 나가서 눈물반 한숨반의 시시껄렁한 노래 한곡 멋 떨어지게 불러 본 것이 인기를 얻어 극장에서 방송국에서 쇼 무대에서 꽥꽥 소리지르면 돈 내고 들으러 모인다. 눈 코 뜰새 없단다. 별별 희안한 곳에서 가수랍시고 처량하게 노래하거나 온 몸통을 흔들어 대며 노래하고 돈을 번다.
가만히 노래만 못부른다. 상체 하체 팔 다리를 흔들고 육감을 세게 자극하여 혼미케 한다.
노래만 부르며 산다. 기타만 뜯고산다. 북만치며 산다. 종일 엿장수가 가위를 찰각찰각 치듯이 말이다.
어디서에나 밀도가 짙게 혹은 살가죽을 서로 맞댄 엄밀한 거래와 수작이 오고간다. 가는 것은 운명의 탓이요 오는 것은 팔자의 눈물이다. 때로는 문열어 놓을 용기가 없어 얼마나 내밀한 통정이길래 방문을 꼭쳐닫고 킬킬대며 서로 얼르고 육갑짓들일까? 뱃장은 뱃장 잘 맞는 자끼리 뱃장끼리 맞아돌면 거래되지 않는 것이 없다. 웃음은 그때 헐하다. 그러나 그런웃음은 대뇌피질에서 뇌하수체를 거쳐 부신 성선에의 호르몬전달 계보를 타고 빚어나온다. 삐죽이 웃는다. 히죽히죽 웃는다. 입을 헤벌리고 아양을떤다. 까르르 못 견디는 웃음 코방귀 소리하고 웃는다. 사르르 엑스터시의 상태에서 웃는다. 그 웃음의 정신적 요소는 다 비밀로 돼있다. 서로가 서로를 망쳐놓는 판이다. 뜯기고 뺏고 흘치고 헤치고 버려놓는다.
테스를 망친 더어버빌이 전도사가 돼 우연히 다시 만나서 지껄이는 말에『테스! 너무 심하구료 회개한다는게 나에겐 정말 새로운 희망처럼 느껴졌던 것이라오. 당신은 영 나를 못 미더워하는 눈친데 도대체 무엇을 못 믿겠다는거요?』테스는 대답하기를『당신이 회개하고 새 사람이 되었다는것 말이에요. 종교로 구함을 받았다는 그 점 말이에요』한다. 여긴 승자도 패자도 없다.
정조를 돈받고 파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정조는「덫」이다. 사나운 짐승일수록 이 「덫」으로 사로잡는다. 아랍여인들은 코란대로 차드르를 쓰고 천삼백년동안 살고있다. 십세가 되면 어머니가 씌워준다. 그것이 여인들의 정조와 관계가 있다.
그 차드르를 하나씩 하나씩 벗는 것처럼 정조를 돈도 아니받고 내맡기기도 한다. 정조를 한번만 잃어도그 후엔 정조관념이 희박하게 된다. 단 한번의 파계와 단 한번의 과실로 능히 정조는 무너지고 그 후로는 다시 정조의 개념을 변질시키려 하는 것이 현대인이다. 너울을 벗긴것이 다 가린것이 들어나게 된다. 창녀는 정조를 돈받고 파니까 몸뚱아리는 똥걸레이다. 똥걸레이니까 아무것에나 쓰인다.
한 점 떼묻기가 어려우나 한 점 검은마음은 전체를 오염시키고 만다. 충무공 초상화 몇 장이면 더러운 놈들의 욕망을 깨끗이 씻어준다. 「대신」의 대가는 손에 쥐어준다. 고향에 송금하고 자식 공부시키고 개장국도 사다먹고 비타민도 사먹고 유행따라 몇 벌 옷가지도 장만한다. 국산 화장품을 사들인다. 병원에도 다녀온다. 늘「대신」은「대신」으로 맴돌고 있다. 오 여사는 차드르를 집안에서 벗었다. 박 양은 여관에서 벗었다. 남편을 둔 경자의 엄마는 정부 집에서 벗었다. 경자도 어디론가 팔려가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남자들의 지조가 또한 무너져 가고 있다. 모든 사건으로 기고만장한 지조가 꺾이고 있다.
통하지 않는 사건이 따로없다. 높은사람의 비위를 슬슬 맞추고 아랫또리를 꽉잡고 늘어져야 한다. 주었으니 받기다. 받았으니 주기다. 주는 것만큼 받고 받은것만큼 준다. 한자리 했다면 죽을 판치고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미간에서 줄을 빼내어 똘똘말고 두듯이 얽어매어 둔다. 나 아니면 안된다고 엄살을 부린다. 눈치 코치로 살면 그만 아닌가. 제가 쌓은 공은 불공 드려서 낳은 자식처럼 빛나는 탐이다. 조북석남으로 설친다. 나이를 먹으면 늙는다. 늙으면 모든 기력이 쇠퇴한다. 늙어도 멋있는 시원스러운 사나이가 기롭다. 완벽한 사나이 완숙한 사나이 인생을 통달한 사나이 용기있는 사나이 미련없이 물러앉는 사나이 늙었어도 맥박이 쾅쾅치는 사나이가 없구나. 자위들은 죽을 것을 느끼게 되면 평소보다 훨씬 더 노래를 아름답게 부른다고 한다.
끽끽대니깐 남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줄 안다. 진실로 우리앞에서 우리를 감동시키고 이끌어 갈 멋있는 사나이는 나타나지 않을까? 없다. 없어. 저마다「위하여」를 때세우다가 그럴것 없다 생각을 고쳐먹고 그의 아성을 쌓아 그 속에 왕하고「대신」이 들어앉아 버틴다. 교활한 놈이다. 염치없는 놈이다. 싱겁고 아니꼽고 막돼먹은 놈 그놈은 이걸 요행으로 안다. 제 재주가 빼어난 줄 안다. 좀 귀찮게 굴다가는 좀 바른소리 몇마디 뇌까렸다간 어디 비원 사실을 들추었다간 콧털 한 개 뽑았다간 인사 제대로 치루지 못했다간 그런 놈을 둘이나 혹 셋이서 모의결탁하여 때려잡는 것이다.
점잖게 분개하고『고깐놈이, 저 작자를 혼구멍을 내주어야지』몇 소절 시부랑거리면 누군지 몰라도 그 놈은 죽어난다.
똥파리는 똥을 먹기 때문에 똥파리다. 똥깨는 똥을 핥아먹기 때문에 똥개가 약개란다. 그런 똥개일수록 복날에 보신탕감이다.
앞집「독구」가 암내를 피우기 시작했다. 온 동리의 수컷들이 다 모여든다.
「독구」집 문앞에는 늘 수컷 몇 마리가 퍼드러져 있다. 개 수입도 촌에서는 퍽 재미본다. 꽁지를 흔든다.
「독구」도 흔들고 뭇 잡종개도 흔든다. 왜 꼬리를 치는지 서로는 알고있다.
사람도 꼬리 칠줄 안다. 여간한 놈도 꼬리치면 다 나가 떨어진다. 그 꼬리는 꼭 엉덩이에만 달려 있지 않다. 여자도 꼬리치고 남자도 꼬리친다. 여자와 여자끼리 남자와 남자끼리 꼬리친다. 그 꼬리를 잡아야 한다. 잘못하여 꼬리가 빠져서는 큰일이다. 찰거머리같은 아부 건달패들은 만면에 미소짓고 늘「노!」가 없고 모든게 「예스!」로 응수한다. 이것이 지상언어이다. 간계가 아니라 훌륭한 제스추어의 신사이다. 다만 기교의 차이일뿐 그런 족속들은 요란한 쌍방울을 달고 동분서주한다. 달랑달랑 소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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