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 데오다 할머니라면 아는 분이 많을 것이다. 겨울방학이었던 어느 날 그분이 수녀원에 와서『나하고 같이 대세자가 있는데 꼭 수녀를 모시고 오라니 같이 갑시다』하기에 따라나섰다. 장호원에 도착、버스에서 내려 산골짜기를 돌아 집에 도착해 대세를 주고 돌아가려니 그분이 이왕 온 김에 어느 집인가 꼭 방문해야겠다는 것이다.
그 집의 남자 주인은 우리 교회에 관심이 있는 분인데 오늘 목사에게 예배당 지을 기지를 계약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나는 좀 망설여졌지만 무거운 기분으로 그 집에 들어갔더니 목사가 와 있질 않는가!
일시 당황했지만 곧 친절하게 인사를 한 후 몇 마디 말을 나눌 사이도 없이 그 목사는 볼일이 끝났는지 이내 자리를 떴다.
그집 큰딸이 교회에 나가며 주일학교 선생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딸이 6ㆍ25 피난 중에 어느 집에선가 휴지에서 얼핏 보니 수녀의 기사가 있어 유심히 읽고는 수복이 되면 자기도 장호원에 나가겠다고 약속기도를 바치고 길을 걸으니 마음이 가쁜해지고 착해져서 길에 굴러있는 돌도 뒤에 오는 이가 다치지 않기 위해 치우면서 왔다는 이야기를 해서 가슴이 뭉클했다.
우연한 기회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그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몇 번의 접촉을 통해 온 가족이 스스로 성당에 나와 교리반에 인도되었고 프로테스탄 교회에 나갔던 열성과 성경에 대한 기초 지식으로 쉽게 천주교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부친은 부친 친지들에게 모친은 모친 친지들에게, 딸은 딸들 친구들을 인도하여 속속 영세 입교시켜 나가는 데 온 식구가 적극적이었다.
장호원본당 성체거동 시작 80주년 행사에 가보았더니 큰 성당이 신설되고 신자가 오천여 명이나 된다고 해서 무척 마음이 기뻤다. 그리고 그 옛날 우연히 들러 천주교로 돌아온 집을 찾아갔더니 부친은 현재 본당 회장직을 맡아 계속 주님의 포도밭에서 일하며 회장님의 딸 자매가 수녀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