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영 백서와 영남 순교사에서 부활절에 얽힌 우리 순교 선렬들의 에피소드를 두어토막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아르디노(李中培)는 경기도 여주(驪州)에 살았는데 기질이 용감무쌍하고 심자가 호활하였다. 유일한 노론파 김건순(健淳=요사팟)과 교분이 두터워 그가 입교할때 따라서 입교하였다. 신자가 된 중배는 열심이 불 같았고 대담하게 이 교인들 앞에서 신자임을 자부하였다.
1800년 부활축일을 맞아 여주 어느 산골에서 교우들을 데리고 부활 기도문을 염하고 나서 개를 삶고 술을 걸러 바가지 장단에 알렐루야 노래를 흥겹게 불렀다. 노래가 끝나면 술을 마시고 고기를 씹고 또 노래를 부르기를 종일 그렇게 하였다. 평소에 혐의가 있던 자가 이 사실을 알고 관청에 중배를 밀고 하였다. 그래서 그날 함께 놀던 11명의 교우가 잡혀 여주 옥에 갇히게 되었다. 중배는 전에 조금 공부한 의술이 이상스리도 효과를 내어 옥졸들에게 써준 처방약이 백발백중으로 맞아 소문이 퍼져 옥앞이 마치 장거리와 같이 사람이 붐비게 되었다. 그 고을 원도 중배의 처방으로 효과를 보아 중배를 매우 우대하였고 처방료가 상당히 생겨 11명 교우 옥수들이 모두 순교할 때까지 편안한 옥살이를 하였다.
영남순교사의 것은 1815년 부활절에 일어난 사실이다. 신유박해가 그치고 약 10여년간은 평온무사하여져 박해때 기호방면에서 경상도 북부 산악지대로 피난왔던 수백명 교우들이 청송 신보 안동 등지 두메산골들을 근거로 하여 화전을 이뤄 잡곡을 심구고 흔한 재목으로 집간들을 세워 편안히 살았다. 1814년 흉년은 전국적이어서 굶주린데다가 전염병 만연으로 수천만명이 죽어갔지만 두메산골 교우부락들은 흉년도 아랑곳 없었다.
이때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배교자 전치수란 자가 열심한 신자로 위장하고 교우 부락들을 찾아다니면서 식량을 구걸하였다. 교우들은 그리스도교적 박애정신으로 그 자를 매우 후대해주었다. 그는 불로소독으로 호의호식하면서 노름과 술 계집으로 흥청대었다. 몇몇 교우들이 그자의 괴심한 소행을 보아서 전과 같이 구걸도 거절하고 나무라기도 한 것이 그 자의 원한을 사게되었다. 1815년 부활축일을 당하여 청송 모래산 공소를 중심으로 한 여러 두메부락 교우들 수백명이 모래산 공소에 모여 부활축일 기도문을 염하고 기장으로 빚은 떡과 좁쌀술을 걸르고 염소를 잡아 삶아 바가지 장단에 알렐루야 희락경을 노래하여 두메산골을 메아리쳤다.
유다스의 화신인 전치수는 청송 아문에 가서 산협에 있는 그리스도교 별세계를 밀고하고 포졸들을 타내어 모래산 공소를 습격하기로 하였다. 그 자는 악도 유다스가 스승 예수님이 언제 어디서 기도하는 것을 알고 군졸들을 안내했듯이 교회축일도 알고 어느 축일에 어디서 교우들이 많이 모이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부활절의 모래산 공소를 습격하였던것이다.
흉이 최고도로 겨운때 난데 없이 달려드는 포졸배를 흉년에 종종겪던 강도떼인줄로만 알고 힘이 장사인 고성대(高聖大=후에 대구에서 순교)가 대번에 서너놈의 포졸들을 때려눕혔다. 포졸 두목이 품에서 청송 아문의 채포령장을 꺼내어 성대앞에 내어보였다. 그제서야 성낸 맹호같던 성대가 순한양이 되어 『묶어가오』하고 두 손을 내밀었다. 이리하여 거기모인 근 2백명 남녀교우들이 일망타진되어 먼저는 청송 아문으로 다음은 경주 부사 아문으로 끌려가서 배교자도 많았지만 대다수가 굶어죽고 수십명은 충청도 본고장으로 호송 도중 아사되고, 지도인물로 입증되는 14명이 대구 감영으로 넘기게 되었는데 그 중 7명이 그 전날 밤에 아사하고, 나머지 7명이 대구로 와서 사형집행을 1년반동안 기다리던중 3명이 옥사하고 4명이 후에 진보와 안동에서 넘어온 교우 3명과 함께 1816년 12월 19일에 관덕정에서 순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