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량한 바다 갯펄에서 조개를 줍고 있었다. 조개는 한길에 깔린 자갈처럼 갯펄에 무수히 깔렸다.
나는 바쁘게 그것들을 줍고 있었다.
다만 줍기만 했지 줏은게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도통 알바가 없었다. 줍는다는 재미, 그것에만 도취되어 있었다.
조개는 장시간 줏어도 줄어든다든가 불어나지도 않는다.
나는 조금도 싫증을 못느꼈다. 그런중에 밀물이 밀려들었다.
나는 허겁지겁 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갯펄에 빠진 발이 좀처럼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서 허우적거렸다.
밀물은 어느새 나의 지점을 덮쳐버렸다. 숨이 찼다. 밀물에 헤엄치고 있는 게떼들이 마침내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아주 새까맣게 달려왔다. 게떼는 나에게 가까워지자 서서히 편을 갈랐다 그런 다음 나의 턱과 엉덩이에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게의 집게가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나는 조개를 줍든 손으로 달라붙은 게떼를 으깨어버릴려고 해봤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나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번쩍 눈을떴다. 휘뿌연 새벽빛이 안공에 비쳤다. 김군의 하숙방에서 나는 잠을 깬 것이다. 나의 소리에 놀랐는지 저만큼 떨어져서 코를 골고있던 김군이 비칠거리며 일어난다. 나는 간밤의 일을 얼른 깨닫지 못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태도가 평소와는 좀 다른것 같았다. 『더 누워자잖고』박형이라고 항상 부르던 김군의 말이 반발로 변했다. 나는 그제야 생각났다. 얼른 턱에 손을 가져갔다. 매우 붓었다. 흡사 펠리칸의 턱같이 부었다.
김군은 아프냐고 묻고싶은 모양이다. 나는 비참함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가구점에 당분간 못나갈거야』이 한마디를 남기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휘뿌연 새벽거리를 걸어갔다. 죽음의 낭떠러지같은게 십리밖이나 이십리 밖에쯤 있었다면 나의 발길은 그리로 향했을 것이다. 이를 테면 김군에게 패배당한 쓰라림이 이토록 비참속에 나를 몰아부치는 것이었다.
김군은 하숙방을 걸어나가는 박형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마술가마에 손댄 일을 뒤늦게 깨달았다. 박형의 동태로 보아 마술가마로 인해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구나 예측되었다.
그는 설마하니 사고가 나리라고는 그때 생각못했던 것이다.
그는 잔뜩 불안해졌다. 자기에게 화가 미칠 것은 너무도 뻔했다. 화를 입지않는 유일한 길은 단 한가지.
그는 시침이를 딱잡아땔 터였다.
함박눈이 며칠째 펑펑 쏟아졌다. 대지는 하얗게 뒤덮이고 하늘과 지면이 한덩이로 흰 빛을 발산하였다. 그것은 흡사 현란한 섬광처럼 번쩍거려서 우주밖에까지 미칠것만 같았다.
나는 베니어로 짜맞춘 침대위에서 줄곧 누워있었던 것이다.
어머님이 나를 몹시 염려하고 연유를 묻곤했지만 나는 그냥 아프다고만 했다. 미음같은걸 끓여주어도 나는 한숟갈도 먹지않았다. 다만 나를 위하시려거든 가만히 내버려둬 달라고만 했다.
나의 이 같은 요청을 어머님은 하는수 없이 들어주는 요며칠동안 희귀한 함박눈을 보게된 것은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이였다.
이젠 턱의 부위가 빠졌고 엉덩이의 아픔도 가셨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눈의 난무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편의 시를 쓰게될지도 모른다는 잠정적인 설레임속에서 몸을 뒤적거렸다.
가구점에선 이날까지도 아무런 기별이 없었다. 김군의 농간으로 나 같은 직공은 포기했는 모양이다. 허긴 마술가마로 인해서 원아가 부상을 입었을테고 그 마술가마는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만들었으니 당연지사인 것이다.
나는 요며칠동안 미사참례도 궐해버렸다. 열일을 제쳐놓고 참례했던 주일미사를 나는 포기해버린 것이다. 나로 인해 교회에 커다란 파문이 일어났으리라는 죄책감에서 나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버렸다.
이미 신앙의 열의는 쏟아지는 함박눈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교회에는 결코 나가지 않으리라는 각오조차도 나의 가슴에 세워졌다. 하느님이라는 대명사조차도 머리속에 떠올리기 싫었다. 다만 나의 존재가 별개의 첨단을 걸어가버리면 그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지워버리고 싶은 모습들이 눈과 함께 보였다.
이것이 애수랄까.
나이 일칸에 삶은 감자가 있었던 그 어느날도 나는 이같은 애수를 느꼈다.
필경 젬마가 가져다 놓았겠지 하고 나는 한입에 두개 세개씩이나 감자를 쑤셔넣었다.
아, 그 젬마가!
나는 불현듯 보고싶었다.
나는 훔푹 여위어진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현기증을 느꼈다. 방이 빙빙 돌고 눈에 수만개의 반딧불이 보였다.
나는 픽 쓰러졌다. 그리고는 또 다시 긴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심한 영양실조에 걸려있었던 것이다.
얼마큼이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의 몸을 흔드는 목소리와 손길, 나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몸에 감각되는 손길이 어머님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나는 부피있는 위안을 받게되나 여겼다.
나의 침대곁으로 서너명이 둘러서고 있었다. 검은 수단이 나의 머리맡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해봤다. 그러자 수단입은 사람이 도로 눕혀주는 것이었다. 나는 안간힘을 썼다. 눈을 뜨지 못해서 미칠지경이었다. 이런중에 기도소리가 들렸다.
병자를 위한 기도였다. 나는 더욱 안간애를 썼다. 그것이 잘되지 않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벌써 내게 죽음이 닥쳐왔단 말인가.
죽음은 도둑처럼 그대에게 찾아오리라고 했다. 나는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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