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양식있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시키고 그들을 교회로 이끌어 들이는데 부심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노동자도 아니었고 그들의 전교방법은 노동자들이 몸담고 있는 환경과 접촉을 끊게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 당시 어떤 노동자는 다음과같이 말했다. 『공장에서 나는 크리스찬이라고 말할 엄두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또 본당청년회에가서는 스스로 노동자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이름없는 한 벨기에의 신부 까르디인은 그 자신이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몸소 그들의 곤란을 체험하고 있었던 까닭에 이러한 노동자들의 처지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가 종교교육을 시켰던 노동자들 중 절반이 종교를 버리고 공장에 들어가서 한달 후면 교회마저도 떠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면 이들 중 그 3분의2가 신앙을 버린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가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은 노동환경 그 자체, 즉 끔찍스러운 노동조건, 거주환경 생활조건 등 그 모든 것이 신앙에 대한 장애물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의 신념은 노동자들의 생활환경 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또 이러한 일은 노동자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었다. 신부이든 혹은 자비심 있는 평신도이건 간에 노동자가 아닌 다음에야 그들을 아무리 교회로 이끌려고 해본들 헛수고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한 나머지 노동자들의 구원은 반드시 그들의 힘으로, 그들 안에서, 그들에 의해서, 그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른바 동류(同類) 원칙을 도입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 구원의 제일의 사도는 노동자 그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과 함께 유명한 관찰 판단 실천의 삼단계 방법은 JOC 운동의 근본적 토대가 되었다. 이 삼단계 방법은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그리고 크리스찬으로서 의미해야 하는 그들 각자의 삶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하며 또 각자가 처한 현실환경이 그러한 삶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하다면 그러한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까르디인은 일반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는 관찰판단 실천이 곤란할뿐만 아니라 피상적인 것이므로 반드시 조직화됨으로써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사회의 그리스도화는 자기의 일상생활 현실속에서 소명을 받고 누룩의 역할을 하는 평신도에 달려있다고 역설한 까르디인의 사상은 후일「바티깐」공의회에서 전서(轉書)되었던 것이다.
상기한 몇가지 까르디인 신부의 원칙의 가치성은 그러한 원리가 단지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범주의 그룹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까르디인 신부는「바티깐」공의회의 마지막 회의에서 토의되었던 평신도 사무국의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그때 그의 소신은 평신도 사무국이「로마」에 앉아서 멀리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명령이나 전달하는 기관이기 보다는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 보고 듣고 느낀바의 필요성에 의존하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평생을 바친 사업과 굳은신념 및 사상은 제2차「바티깐」공의회에서 비로소 확실하여졌던 것이다.
몇가지 공의회 문헌 즉「교회의 교의헌장」과「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은 까르디인이 50여년 전에 JOC를 통해 뿌린 씨앗의 개화였던 것이다. 교회안에 평신도의 역할에 새로운 추세를 발단시킨 것은 바로 까르디인 신부가 1925년부터의 JOC운동에서 얻은 테마의 전개 및 발전에 힘입은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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