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비록 음지에서 사는 깡패였지만 의리의 사나이였다. 사건이 터지자 부하 둘은 멀리 도망쳐버렸다. 그러나 이 사건이 좁은 문산 바닥에서 일어난 일이니 수사관들은 쉽게 누구의 짓일 것이라는 심중을 가지고 있을 것이 뻔했다. 도망을 간다해도 워낙 큰 사건이니 숨기도 쉽지 않고 자수하자니 부하들을 밀고하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걱정하다가 들어닥친 경찰에 의해 수갑을 찼다.
이때, 그는 결심했다. 이런 어려운 때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오야」가 아니겠느냐? 비굴하게 부하를 끌고 들어가지 않기로. 자신보다는 부하들을 감싸면서 괴로운 며칠을 보냈지만 경찰은 단독범을 고집하는 그의 말을 듣지않고 부하들을 수배하자 며칠후에 잡혔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결국 이 사건은 보니파시오 자신이 사건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증인을 일심부터 내세웠더라면 극형은 면할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부하에 대한 의리로 책임을 지고 사형을, 부하 둘은 안양교도소와 부산교도소에서 각각 무기수로 복역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후에 나와 주위의 권유로 그는 이런 글을 남겼다.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재판 당시 이성을 잃고 경험부족과 자포자기로 임했던 본인이 어리석었고 또 사실과 너무나 다른 진술로서 형을 받았을뿐 아니라 본인은 5년이란 기간동안 천주교인이 되어 교리와 성경으로부터 배움에 힘입어 생사를 함부로 처리함은 오히려 큰죄가 되겠기에 탄원합니다』하며 몇 가지 사실로 자신의 죄보다 더 큰 형을 받은 것을 밝힌일이 있었다.
내가 처음 교도소를 갔을때 보니파시오의 고백성사보던 모습이 지금도 완연히 기억난다. 신부는 고백성사보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신앙의 깊이를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느낌은『아, 여기 진실하게 사는 한 신자가 있구나!』하는 느낌이었다.
하루는 전혀 생소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여 신부님 이십니까?』
『네 그런데요?』
『실은 다름이 아니고 저는 보니파시오와 함께 같은 방에서 한 3개월 살다가 어제 나왔습니다. 제가 그곳에 사는동안 그의 신앙에 감동, 그와 한 약속이 있는데 그 약속건으로 만나고 싶은데요』
『네 감사합니다만 약속은 어떤것입니까?』
『제가 경제적으로 풍족한 편은 아니지만 변호사를 선정해서 꼭 다시한번 그를 위해 재판을 해보고 싶군요』
나는 전화로 너무 긴얘기를 할 수 없어 시간 약속을 하고 수화기를 놓았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마음은 나도 벌써 해보았고, 답을 줄만한 사람들을 찾아 의견을 나누어 보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첫째 3심이 다 지나고 재심 3번도 다 지났는데 이제 새로운 사실로 재판의 결과를 뒤집는다는 사실이 불가능했고 다음으로 지금까지의 6번의 재판을 한 판사들은 다 오판을 했다는 결과인데 어느 판사가 이 거대한 일을 자신있게 하겠느냐는 한 경험있는 변호사의 답변이었다. 어느분은 내게 이렇게 충고했다.
『재판문제로 단 한번을 생각하면 그 한번이 쓸데없는 시간이고 돈을 쓰는 그것은 바로 낭비』라고.
그러나 나는 전화를 준 그분과 함께 아침 일찍 어느 변호사를 찾아갔다.
마침 평일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그분을 만나 사건의 대략과 재판을 한다면 재판중에 변론되었으면 하는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역시 대답은 같았다.
우리는 쓸쓸히 돌아오며 자연 보니파시오의 얘기로 돌아갔다.
얘기중 한가지 크게 놀란점은 보니파시오는 매주 성체를 영하는 날이면 꼭 목욕하고 성체를 모실때까지 공복재를 지키며 주위사람들과 잡담을 하지않으며 계속 기구를 한다는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 목욕을 한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어려운 일이다. 얼마전 지 주교님께서 출감하시자 목욕부터 하시며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성체를 영하기위해 목욕을 하는 정성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넘는것이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