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도소리가 그쳤다. 그러자 번쩍 눈이 뜨였다. 눈이 뜨임으로 해서 모든 공포조차도 떨어져 나갔다. 나는 급히 침대 주위를 휘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환각에 사로잡혔는지도 몰랐다. 어쩜 이럴수가 있을까?
나는 너무도 의아스러웠다. 창밖에는 여전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멍한 눈길에 저멀리 눈에 잠식된 화룡산 줄기가 보였다.
나는 한참만에 어머님을 불렀다. 얼굴이 수척해진 어머님이 얼른 들어왔다. 좀처럼 어머님을 못오게 했었으므로 어머님은 몹시 심상찮게 여겨진 모양이다. 들어오자마자 어머님은 울어버릴듯이
『얘야, 불렀냐?』
하고 물었다. 나는 기운없는 숨을 내쉬며
『어머니, 조금 전에 누가 안왔어요?』
어머님의 눈이 커다래진다.
『이 애가 큰일났구나. 애야 무얼 좀 먹고 기운을 차리도록 해라』
나는 어머님의 말에는 상관치않고
『아이 글쎄 성당에서 누가 오지 않았느냐 말예요』
어머님은 더욱 목쉰 소리로
『성당에서 누가 왔다고 그러느냐?』
어머님은 성당에 안나가시기 때문에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알 턱이 없었다.
『조금전에 오셨던 거예요. 서너명이나 저를 위해서 기도까지 해주셨단 말예요』
『오오, 이것 야단났구나. 애야 넌 몸이 그렇게 비쩍 말라갖구 헛것을 다봤구나』
나는 헛것이란 말에 움찔해졌다. 나는 그만 맥이 풀려버렸다.
『어머니 냉수 좀 떠줘요』
어머니는 나가셨다. 나는 생각해 볼 문제를 하나 발견하고 있었다.
그것은 신비라는 것이었다.
15
다음날도 함박눈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인삼과 씨암탉으로 곰탕한 것을 좀 먹었으므로 웬만큼은 요동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 궁금한 것들이 많아서 견딜수가 없었다. 마술가마에 탄 꼬마는 어떻게 됐는까? 숲속의 요정을 무난히 종결지었을까, 가구점의 일은 그리고 성당의 일은 어떻게 됐을까.
나는 잠바를 걸치고 나가볼까 망설였다.
마침 이런중에
『실례합니다. 주인 계세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나는 얼른 알아차렸다. 본당의 레지오 단원들 레지오의 사명중엔 병자방문도 있었다.
어머님이 나가서 맞아들인다.
『어서들 오세요. 그렇찮아도 우리 애가 성당에서 누가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했어요』
나는 어머님의 말이 그만 주책스러웠다. 응당 병문안을 기다린 것처럼 인식될 테니 말이다.
어머님은 나의 방으로 그들은 인도해온다.
나는 침대에 죽은듯이 드러누워 버렸다. 그들은 나를 보자 우선 놀란다.
『어머나 토마스씨!』
체칠리아의 놀라운 목소리를 뒤이어
『토마스 정신차려!』
보니파시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슬며시 눈을 뜨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모두 네명이었다. 요한나 수녀님 가브리엘 모두가 위안의 말을 건네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체칠리아의 방문이 제일 좋았다.
수녀님이 나의 손을 불잡으며
『어휴 토마스씨 많이 아프셨군요』하고 걱정에 사무친 말을 했다.
나는 간신히
『모두들 와주셔서 고마워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부끄러웠다.
마술가마에 대해서는 일체 입밖에도 내지않는 수녀님.
셋은 침대곁으로 붙어섰다. 모두가 기도책을 들고있다.
체칠리아의 손에는 묵주가 쥐어져있다. 나는 체칠리아에 대해서는 요며칠동안 별로 생각지 않았으므로 미안스러운 맘이 더욱 컸다.
나는 가브리엘의 손을 붙들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나를 위해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었다. 즉 나의 상체를 살며시 떠받쳐서 일어나는걸 부축해 주었다.
나는 그들을 쳐다보며 고백처럼 이렇게 물었다.
『마술가마에 탔던 꼬마가 어떻게 됐는지 얘기해줘요』
요한나 수녀님이 대표로서 말했다.
『토마스씨는 그 일 때문에 앓게 되셨나 보죠. 아이 이걸 어떡한담. 토마스씨 진작 찾아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진작 알려드렸으면 이렇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예요』
수셔님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날 일은 대성공이었어요. 마술가마가 크게 역할을 해준 덕분이예요』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수녀님은 걱정을 덜어주려고 거짓말을 하는것 같았다.
『수녀님 차라리 저를 책망해주세요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습니다』
체칠리아가 얘기했다.
『토마스씨는 수녀님의 말씀을 믿지 않는군요. 그날 마술가마가 부러졌을때가 한 장면 끝날때였어요. 그래서 막을 내리고 마술가마의 부러진 부분을 다시 고쳤어요. 그 속에 든 꼬마는 상체기 하나 입지 않았어요. 그리고는 다음 장면에 들어갔던 거예요』
나는 체실리아의 말을 믿고 싶었다.
『체칠리아씨 그게 정말이죠?』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보니조시오와 가브리엘이 증인이라도 된듯이 동다했다.
『토마스 하느님을 믿은 일에 불상사가 있다고 보나?』
내가 기다린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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