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바오로 정하상과 동료순교자 대축일로 대축일입니다. 우리교회의 기념일 중에 오늘만큼 우리와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축일은 또 없을 것입니다. 바로 오늘 9월 20일은 모진고문과 형벌도 두려워하지 않고 끝내는 죽음으로 신앙을 지킨 이 땅의 무수한 순교자들 가운데 1백 3명의 순교복자들이 성인반열에 오른 후 세 번째로 맞이하는 1백 3위 한국 순교성인 대축일인 것입니다.
1백 3일 한국성인 대축일은 신앙 선조들이 남겨주신 유산을 마음깊이 되새기면서 우리의 삶과 신앙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재무장하는 귀하고도 뜻 깊은 날로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2백 살이 되던 지난 84년 순교의 땅 한국에서 이루어진 성인탄생은 다시금 돌이켜 보아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우리 모두의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순교자 현양행사를 하는 것은 단순히 이 날을 떠들썩하게 지내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분들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혹독한 박해와 죽음까지도 서슴치 않고 택했던 고귀한 삶과 신앙을 되새기면서 이를 본 받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1백 3위 순교선열들이 성인품에 오른 것은 그분들에겐 새로울 것도 영예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이미 그분들은 순교 그 자체로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영광된 삶을 살고계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백 3위 시성은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그분들의 삶을 모범으로 생활 안에서 실천하며 나아가 이 세상 모든 이에게 전파하는데 보다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교회사에 찬란히 빛나는 1백 3위 성인들과 모든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으로 하나 밖에 없는 목숨조차 불사른 분들입니다. 그분들에게 가해진 형벌들은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살점이 베어지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도, 인간으로서는 차마 받기 힘든 모멸과 조롱까지도 그분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부터 떼어놓지 못했습니다.
완벽하게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했던 그분들은 순명과 희생으로 교회에 봉사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을 삶속에서 승화시켜 나갔고 마침내 생명까지도 송두리째 바친 확신의 삶을 사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순교했기 때문에 위대한 분들이라 보기보다 위대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순교의 은총을 입었고 결국 시성의 특은을 입은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앙의 길을 선택한 우리의 최대목표는 그리스도를 닮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서는 그리스도를 따라 사신 신앙 선조들의 삶을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삶은 어떻습니까? 과연 그리스도의 길을, 순교자의 삶을 함께 걷고 함께 따르고 있습니까? 오직 그리스도만이 내 생의 전부로 받아들이고 증거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끊임없는 전쟁의 위협과 폭력, 난무하는 테러로 평화는 깨어지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 인간의 존엄성은 파괴되고 인류는 온갖 악의 세력으로부터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들이 우리와 무관한 것들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한 구성원이고 지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하나의 땅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은 믿음과 화해 평화를 갈망하는 이 시대에 믿음의 증거자로, 화해의 중매자로, 평화의 사자로 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내가 먼저 인류를 사랑하신 나머지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신 그리스도를 따라 살 때 사회는 변할 것입니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진리를 따르고 복음을 전한 신앙선조들을 본받아 우리 삶이 참된 신앙인의 삶에로 변화될 때 이 세상은 반드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순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성인탄생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순교자들에 대한 공경심을 더욱 크게 키워야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성인을 모신 영광된 나라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우리 성인들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하고 공경심 마저 게을리 하고 있습니다. 1백 3위 한국 성인은 우리만의 성인이 아니라 전 세계 교회가 함께 기억하고 추앙하는 세계 속의 성인들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먼저 지난 십수년간 성인탄생을 위해 모아온 우리의 정성을 지금보다 더 뜨겁게 달구어 지속적인 존경과 공경심으로 이어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나 스스로가 진실한 신앙 안에서 불탈 때 그 불은 이웃으로 번져나갈 것이며 그것은 바로 순교성인들이 우리와 함께 영원히 사는 길입니다.
현세의 온갖 유혹ㆍ부귀영화도 모두 물리치고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한 순교성인들의 길을 함께 걷는 것이야말로 성인탄생을 축하하고 순교자들을 현양하기위해 모인 우리들의 선택이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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