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원고는 월남에서 최근 죽음의 탈출을 감행, 한국 상선에 구조되어 현재 부산 월남 난민수용소에 체류 중인「구엔·트리·푸옹」신부의 수기이다. 월남어로 쓴 것을 한국외국어대학 월남어과 김기태 교수가 번역한 것임을 밝힌다.<편집자>
『독립과 자유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이는 베트남 공산당의 괴수 호지명이 평소에 잠꼬대처럼 뇌까리는 말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이 구절을 되새길 때마다 우리들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쓰라리며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만약 호지명이 현재까지도 베트남에서 살아남아 그가 창설한 공산당과 그의 공산정권이 오늘날 베트남 국민들에게 그가 그토록 부르짖던 자유를 어떻게 누리도록 하고 있는가를 보게 된다면 과연 그에게는 어떠한 생각이 들까요.
아! 자유, 자유! 이상 더 이 두 단어를 되풀이하기조차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자유는우리들을 미치게 만들고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울분을 더해 주며 이 자유 때문에 많은 우리 동료들이 망망대해에서 자유를 찾아 헤매다 고기밥이 되었고 이 자유 때문에 많은 우리 동료들이 옥 중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고 바로 이 자유라는 두 글자를 찾기 위해서 밀림 속 독수(毒水)지대에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신음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1975년 말부터 1976년 초까지 수많은 개인단체 특히 종교단체들이 자유와 인권을 산발적이나마 주장하다가 반동죄와 정치범으로 무자비하게 탄압되었으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그 같은 무신유물사상 하에서 신앙의 자유에 관해 이야기해서 무엇하겠습니까? 되풀이하기조차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이들 공산주의 간부들의 종교에 대한 주장과 태도를 몇몇 실례를 들어봄으로써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 베트남 종교인들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할 따름입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과거 경험이나 현재 북한에서의 야만적인 공산주의자들이 떠들어대는 유물무신론자들의 정책을 너무나 잘 알고 또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민의 집체 (集體), 하나의 사회주의 체제, 당에 의해 영도되는 유물무신의 이상(理想) ! 그 이외에는 어떠한 조직체도 공산당의 영역을 벗어난 다른 어떠한 종교단체도 인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통행 허가를 신청할 때나 성당에서의 예배 허가 신청을 할 때마다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모욕적인 말들을 공산주의 간부들로부터 들어왔습니다.『우리들은 여러 가지 일로 매우 바쁘다. 그래서 당분간은 종교활동을 하도록 허가하지만 당신들이 기억해야 할 일은 이런 류의 무익한 외래 종교들은 정리되어야 할 것이요.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 당에서 당신들이 그 종교를 정리 청산하도록 도와줄 것이요. 우리들은 인민들을 각성시켜 그런 유(類)의 천당과 모호한 열반을 버리도록 하고 우리들이 가져다줄 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는 지상의 천당과 열반을 선택하도록 할 것이요』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앙의 자유가 존중 받는 자유주의 국가에서 어찌 아래와 같은 무익하고 독단적인 논리가 허용될 수 있겠습니까?
『단지 맑스·레닌주의, 단지 호지명과 공산당의 가르침만이 진리요 사실이며 그 이외의 교리나 주의 주장은 모두가 미신이며 인민에 대한 해독이요 민족과 국가에 대한 반역이므로 이는 타파해야 하고 불살라 버려야 한다. 개인과 종교단체는 조속히 각성하여 개화되어야 하고 이제까지의 잘못된 노선을 버리고 당과 인민에게로 돌아와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처참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이와 같은 독재적이고 무신론적인 논리와 입장을 갖고 공산주의자들은 수단 방법을 다해서 신앙생활과 종교활동을 말살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다시 말해서 기술적으로, 교묘히 과거 20년간 북베트남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과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종교 하나하나 또 각 지역 하나하나에 대해 말살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