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얼굴을 마주했던
이승의 가지 끝에서
네가 먼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운 날
소리없이 소리없이
바람이 불었다
국화 향기 가득 밴
가을의 손에 안겨
한마디 인사없이
떠나간 너
파랗게 피고 싶던
네 젊은 목숨 부서진 뒤엔
흩어진 구름처럼
그림자만 남아서
하얗게 운다
아직도 귀에 익은
밤은 기침 소리
네가 길들인 책상 위엔
誓願의 合掌을 한
두 손이 보이고
까만 구두엔
이승을 걸어나간
발의 그림자
네가 쓰다 만 편지처럼
未完成의 세월을
우리도 잊혀지며 살아야한다
친구여 말해다오
그대 잠깐 자리를 비킨 것뿐
숨어서 남은 자를 기다린다고
먼 이별은
가까운 만남으로 되돌아오고
네 눈 감은 슬픔은
놀랍고 눈부신 부활의 빛으로
환히 뜨일 날을 믿게 해다오.
지금은 떨어져 간 보고 싶은 친구
기다리는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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