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안에서 사형수들이 부르는 18번 노래가 있다. 가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들은 한 고향 한 님의 자손/세상 구경 왔다가 만난 한 식구/있는 곳은 달라도 갈 곳은 하나/미움 슬픔 없는 곳 아버지 나라.
2、우리들은 모두가 흙이요 먼지/세상 영화 다 줘도 갈 때는 빈 손/만물 중에 하나도 내 것 없지만/하늘나라 내 고향 없는 것 없네.
3、사랑나라 아버지 찾아가는 길/고달프지 않은 자 누구 있으리/마음 모아 정 모아 사랑 만들어/땡기면서 밀면서 같이 가오리.
이 노래를 방방이 부르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사형수들에게 인기다. 교도소 교무과에 있는 김지평(요한)씨가 작사 작곡한 것으로「참사랑의 고향」이라는 노래다.
이 곡을 작사 작곡한 김지평씨는 영세 입교한 지 2년 반밖에 안 되었지만 온 가정이 거룩하게 신자 생활을 하고 있으며 불우한 형제들의 영혼을 돌보는 일에 아낌없이 온 힘을 바치고 있다. 특히 내 힘으로 부치는 노래 부분을 그분은 흥미있게 잘 이끌어나가 보통 교리를 시작할 때나 미사 때 성가를 이끌어나간다. 작사 작곡을 잘하고 노래를 아주 좋아하는 분이어서「공동체 성가집」에 나와 있는 시편 노래들을 가르쳐 함께 부르며 노래로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게 했다. 그래서 수정수들은 울적하거나, 기쁘거나 성가를 부르는 것이 습관이 되어 하루하루의 생활이 훨씬 즐거워졌다.
나는 그 노래 가사들을 설명하고 그 의미를 알아듣도록 해주는 것이 얼마나 교리를 쉽게 알아듣는 길인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휴대용 녹음기를 사서 장엄미사 때의 성가 강론들을 녹음해서 단체 교리를 하게 될 때는 들려주곤 했다. 그들이 얼마나 경건한 태도로 기쁜 표정으로 듣는지! 바라보는 나까지 마냥 기쁘기만 했다.
이런 문명의 이기(利器)를 사용해 복음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능률이 오르고 신나는 일인지 모른다. 또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게 되어 어색함을 덜어준다.
현재 영세한 신자가 9명이고 예비자가 8명이다. 그 중 6명이 무기(無期)로 풀리고 2명은 열심히 성경 공부를 하고 신심 서적을 읽으며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 자신의 생명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지만 정말 열심히 성경을 읽고 있다.
일주일 전부를 모든 시간을 그들과 함께 지내어도 부족한 상태지만,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그 대신 가능한 한 책을 얻어서 그들에게 나누어 준다. 주어도 주어도 쉽사리 읽어내는 그들에게 더 이상의 책을 줄 수도 없을 때 성경 (신구약 공동 번역) 이 나왔다. 은인들을 구해서 성경을 사서 주었다. 이제는 다른 책은 보지 않고 성경 한 권으로 만족한다고 하며 다른 책들은 모두 반환했다. 그리곤 열심으로 읽고 묵상하고 있다.
그들은 내게 기도를 청하곤 한다. 그러나 오히려 나는 그들의 기도가 절실하고 더 잘 들어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와 면접하고 있는 수정수들은 내가 그들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듯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 기도의 힘으로 내가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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