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9월 21일 나의 주교 성성1주년이다. 많은 교우들이 미사에 참여했고 미사 후 자개상을 선물로 받고 점심식사대접을 받았다. 알릭스 신부가 갓등이에서 왔다. 용산 신부들도 신학생들과 같이 축제를 지내고 있다. 두세 신부는 약현의 공사를 감독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교회장들의 교육을 맞아주었다. 모두가 열성적이지만 그 중 여럿은 이 강의를 많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고 게다가 외교인 서적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
9월 28일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 사목방문과 견진성사를 위한 여행을 준비하다.
9월 29일 우도 신부를 비롯 6명이 함께 떠나다. 시구문(屍口門ㆍ현(現)광희문의 별칭) 광나무를 통과하다. 빵이 없어서 아침을 가볍게 들고 난후에 15리를 가서 3시에 점심식사를 하였다. 가마꾼들은 길이 미끄러워 지쳐있었다. 비는 오고 바람은 센데 어둡기 시작했다. 뱃사공은 항상 못들은 체 한다. 우도 신부와 나, 그리고 모두가 추위로 몸이 얼었다. 한 뱃사공이 작은 배를 갖고 왔다. 우리 모두들 이렇게 작은 배에 맡길 수는 없어 뱃사공에게 다른배를 가져오도록 청했다. 그는 큰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큰 배는 오지 않는다. 실망한 나머지 우리 측 사람들이 큰 돛단배한척을 빌렸다.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배를 탈수 있었다. 강가도 배안도 캄캄했다. 어린애 한명 밖에 없는데 뱃사공들은 달아났다고 한다. 이런 배를 끌려면 6ㆍ7명의 어른이 필요한데 세 명뿐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나룻터의 뱃사공을 불렀다. 그는 오려하지 않는다. 간신히 부탁하여 팔당나루까지 갔으나 조금 후에 강물이 넘쳐 길이 막혔다. 차례로 우리는 걸어서 나루 앞의 조그마한 동네에 도착했다. 동네 사람들이 쫓겨나고 우리가 대신 차지했다. 우리는 다행히 서울서 가져온 닭고기 남은 것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9월 30일 날이 새자 큰 배가 도착했다. 모두가 배에 오르다. 반시간에 여인숙 앞에 도착, 점심을 들고 떠나다. 길이 나빠 가마를 타고 갈 수 없었다. 먼 곳까지 강물이 길까지 넘쳐흘러, 배를 구하러 사람을 멀리 보내야 했다. 가끔 급류를 피해 멀리 돌아가야 했다. 4시경 양근에 도착하다. 퇴촌 교우들을 만날 줄도 알았으나 한사람도 없었다. 장터의 어떤 무례한자를 붙잡아 잘 타일렀다. 배가고파 머리가 아팠다. 5시경 저녁식사를 하다. 떠나야 할 것인가? 남아야 할 것인가? 짐꾼들은 밤을 여기서 지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숙고한 후 내일 갈 길을 단축시키기 위해 20리를 더 가기로 합의를 보았다. 10리를 가니 캄캄한 밤이 되었다. 한 여인숙에 횃불을 빌리게 했다. 여인숙 주인을 앞세우고 우도 신부와 2명의 검수와 같이 걸어가는 도중 급류로 움푹 패인 두 언덕을 오르고 내렸다. 한 시간 뒤에 거문리에 도착하다. 퇴촌서 20명가량의 교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중나온 그들은 날씨가 나빠 우리가 늦게 도착할 줄로 생각했었다. 퇴촌 교우들이 환영을 준비했다. 그들의 청을 거절 할 수 없어서 내일은 퇴촌에서 지내기로 하고 모레 풍수원으로 떠나기로 했다. 심부름꾼을 보내어 르메르 신부에게 일정의 변경을 알리게 했다.
10월 1일 무수한 빈대 때문에 고생한 무서운 밤, 한잠도 못 이룬 밤, 적어도 내게는 그러했다. 아침을 들고 퇴촌으로 떠나 9시경에 도착했다. 근 50가구의 옹기촌이다. 약주를 가져왔다. 잘못해서 간수를 든 병을 가져왔다. 다행히 나는 그것을 마시지 않았다. 모두들 흥분하다. 처음주교를 모시는데 간수를 바치다니? 죽음 밖에 없었다. 얼마나 무서운 죄인가…나는 찰고를 시작한 다음에 20명가량의 견지성가를 받은 사람들로부터 고해를 들었다. 한편 우도 신부는 병자를 방문하고 그들에게 고해성사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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