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럴듯하든가요?』
『신부님 까짓거 암만 좋으면 뭘하겠어요. 내 딸이 싫다는 이상에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자는 신자도 아니었습니다』
『신자가 아니라도 당사자가 장래에 신자될 의사가 있고 하면 합법적인 결혼이 성립되긴 해요. 젬마가 원하지 않는다니까 별문제지만요』
『교회법도 이젠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우리 결혼때만해도 신자가 아니면 혼배성사를 안줬어요.
당사자가 영세를 받을때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몇백리 밖으로 신자를 찾아서 중매를 보내고 했습니다. 하여간 내 딸만큼은 신자에게 시집을 보내야겠습니다.』
『네 회장님다운 말씀입니다. 신자중에도 얼마든지 좋은사람이 많고하니까요. 그런데 젬마가 말을 통 않는다고 했었지요? 아예 한마디도 않는가요?』
『묻는 말에만 몇마디 대답하고 그만입니다. 그리고 도무지 얼굴에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식사도 한 두끼 걸르기가 예삽니다.』
『그 참 보통일이 아닌걸. 하여간 회장님 저를 잘 찾아오셨습니다. 이런 일이 요즘은 어느본당에나 문제꺼리가 되고있어요. I 본당 주 신부님도 교우중에서 이 같은 일을 가끔 만난다고 했는데, 주 신부님이 이런일엔 상당한 권위이긴 하지만, 제가 그분한테 몇 마디 들은것을 얘기해 드리겠어요』
『네, 고맙습니다 신부님』
『회장님, 토마스를 혼내준 이후로 젬마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하셨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바로 그겁니다. 처녀들의 심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상대자가 어떤 일을 당할때 그 상대자를 편력하는게 일례입니다. 회장님, 제 얘기 이해하시겠어요?』
『네, 그러니까 내 딸이 토마스를 좋아하고 있다는 결론이 난거군요. 저도 이미 그것쯤은 눈치채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 』
『회장님의 의도를 알겠어요. 사람은 제각기 개성이 있기 마련 아니겠어요.
토마스가 비록 현실에 맞지않는 생활태도를 가졌다 해도 그게 개성이고 보면 그 나름대로 살 길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토마스가 결혼만 하게되면 누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생활태도를 바꿀 것입니다. 이것만큼은 제가 자신있게 보장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그들을 결혼시킬 수는 없잖아요. 토마스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설령 마음이 있다해도 토마스는 군대를 갔다와야 되지않겠어요』
『그 점은 염려말아요. 토마스는 징집면제 혜택을 받고있어요』
『신부님 하여간 저는 토마스가 아무런 기반도 못닦고 있는게 제일 맘에 걸립니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습니다.』
『회장님 며느리는 보기가 쉬워도 사위는 힘들다고 흔히 그러더군요』
나는 회장님께 가벼운 일이 뭣인지 여쭙고 싶었지만, 회장님이 그냥 나가버리시기에 일단 일칸으로 들어갔다.
나의 일칸엔 놈들이 그동안 일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연탄 난로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연장이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를 않았다.
나는『새끼들!』하고 뇌까리면서 연장을 하나하나 점검해봤다. 시야기 대패가 이빨이 빠져있었다.
나는 그만 일할 맘이 내키지 않았다. 어떤 놈이 버려놓았는지 갈아오라고 외치고싶었다. 김군과 싸운일만 없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몇 놈 족쳤을것이다. 나는 연신찌푸렸다. 일꺼리가 많이 밀채였다고 하면서 한가지도 시켜주지 않고 나가는 회장님,
나는 일칸에서 나왔다. 무슨 일꺼리가 들어왔는지 젬마한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김군은 여전히 고급장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
젬마가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눈에 띄게 여위었으나 얼굴은 더욱 예뻐진것 같았다.
『토마스씨 얼굴이 많이 여위어졌네요』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냈다.
『네 젬마씨는 더 예뻐지셨군요.』
나는 결혼을 하시게 됐다면서요 하고 덧붙여 인사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그녀는 싱긋 웃었다.
김군이 창문을 통해서 쳐다보고 있다. 이날만은 그도 생각이 달라졌다. 박형과 싸운게 원인이었다. 그의 마음속엔 질투심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짐짓 나의 얼굴을 살핀다.
뭔가 몹시 어려워하고 있다. 이것을 내 나름대로 일관해버렸다. 즉 시집을 가게 되니까. 나와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말이다.
『젬마씨 회장님은 제게 가벼운 일을 좀 하라고 시키셨는데 무슨 일꺼리가 있어요?』
그녀는 얼른 대답을 않고 있더니
『토마스씨 저를 좀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물었다.
무엇을 도와달라는걸까?
『제가 할 만한 일이라면 해드리지요』
나는 팔동을 걷어 부쳤다. 그녀는 믿음직스러웠다.
『저의 방에 좀 들어오세요』
그녀는 자기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얼씨구나 싶었다.
김군의 눈에선 불똥이 튀고 있었다.
그는 옆에서 거들고 있는 명구를 한기티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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