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번호 811번, 박종석(요한)과의 만남은 내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한 죄수로서 그것도 사형수로서 보낸 나날은 그야말로 오로지 주님만을 사랑하고, 주님을 보여주고 그의 말씀을 전하는 데 온 정열을 바쳤다. 주님을 전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앙화라도 내릴 것 같은 무서운 정열로 분초를 아껴가며 복음의 씨를 뿌렸다. 그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알뜰하게 시간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년 반 전 박종석과 처음 만나기 전에 나는 이미 그의 편지를 받아보고 있었다. 돌아가신 김뽈리나 수녀님이 교도소에서 전교하실 때 박종석을 영세시키셨다. 그는 영세한 후, 완전히 새 사람이 되었다는 말도 익히 알고 있었다. 박요한에게서 오는 편지는 군말은 거의 없고 자기가 하고 싶은 사연을 성경 말씀으로 엮어서 써 보내곤 했다. 구구절절이 주님께 대한 사랑이 가득했고 그의 뜨거운 마음을 열어보인 것이었다. 그러니 그에게는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를 방문할 때에는 다른 이야기보다 대화기도를 하게 되는데 그의 기도는 아주 살아있는 사랑의 기도를 하여 같이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심정으로 해주기 때문에 그의 기도를 듣고 나오면 누구나 기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분은 신약성경을 103차례나 통독해서 거의 외우고 있었고, 소내에서 60여명의 동료들이 영세 입교시킨 분이었다. 자기 자신의 자유마저 박탈된 상태에서 어떻게 전교했겠는가 생각해 보면 그의 전교의 열을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무엇보다도 자신이 한정된 지역에서나마 복음의 말씀대로 살아 말과 행실을 일치시키고 또 주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바를 했기 때문에 소내에서 사형수 박종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가 하는 말은 틀림이 없는 말로 여기고 있었다. 때문에 교도관들은 자기가 돌보는 담당 구역의 죄수들이 난동을 부릴 때 박요한을 데려다가 창문에 세워놓고 진압시킬 정도였다. 이럴 때 요한은 손을 창살 사이에 넣고 그 죄수들을 타이르고 대화로 안수기도를 해주고 나면 그 죄수들은 안정감을 되찾게 되고 방 분위기가 평온해지는 때가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이처럼 착하고 주님의 사랑으로 불타고 있는 요한을 구하고 싶은 생각에서 재심을 청구해서 무기로 풀려나오면 좋지 않겠는가? 나와서 이곳에 있는 불우한 형제들을 위해서 전교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는『저는 남의 생명을 주 명없이 끊은 죄인이기에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평온하게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처지이니 요한이 직접 소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복음의 씨를 뿌릴 수는 없었다. 단지 그가 읽은 성경 중 감명 깊었던 것, 영신에 유익이 되는 것이면 가능한 한 소내 동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말로 전해주고 행동으로 보여 주었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에게 계속 기도와 용기를 주고 책을 얻어다 주고 심부름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몇 배의 수확을 걷도록 일주일 동안 열심으로 생활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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