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안에서는 상식밖의 일들이 가끔 생긴다. 나는 신학교 생활때 연구과 1학년이 되자 방배치를 앞두고 독방이 될까 못될까 하며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상식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혼자 방을 썼으면 하겠지만 교도소에서는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독방에 갇히는 것은 교도소 안에서 가장 큰벌에 속한다. 한방에 7~8명이 자려면 서로 엉켜 2층 잠을 자야 되지만 그곳에서는 그 어려움이 유일한 낙이 되고있다. 기결수들은 매일 감방에 갇혀 있기가 힘들어 오히려 담당 교도관이나 책임자들에게 잘보이거나 금품공세까지 하며 나가서 일을 하려고 한다.
하여간 사형수를 독방에 가둔다는 것은 교도소 측으로선 최대한의 큰 결단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형수의 함방은 사형수의 자살방지 탈옥방지 혹은 미결수들에게 들어오는 혜택들을 같이 받게 해주는 위로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사형수를 독방에 가두면 그 한사람을 위해서 한사람의 교도관이 꼭 붙어 감시를 해야한다. 물론 사형수는 가죽끈으로 묶여 꼼짝 못하고 있으나 이빨로 혀를 끊거나 머리를 담벼락에 부딪혀 자살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방지거가 독방에 갇혔다는 말을 듣고 집히는 점이 있었다. 방지거는 미워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본래 방지거는 한 친구를 살해하고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그 시체를 감추어 두었지만 또 다른 한 친구의 고발로 그만 자신의 죄상이 다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은 모두가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된다. 나는 벌써부터 이 문제를 그에게 들어왔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는데 있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를 어떻게 서두를 꺼낼까 했는데 바로 이 사건이 터져 실마리를 얻게되었다.
역시 방지거는 탈옥을 하려다 그만 교도관에게 들키고 말았다고 한다.
나는 그날 교도소를 다 돌고 오후에 보안과장을 만났다. 보안과장은 교도소내 실질적 모든 일의 책임자였다.
평소 서로 감방을 돌다가 만나면 가볍게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어오던 터였다
나는 방지거에 대한 그간 교도소내 생활과 이번 탈옥기도에 대한 몇가지 점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교도소 내에서는 사형수들 때문에 크게 골치를 않고있다. 그들에게 더 이상 줄 벌이 없기 때문에 달래도 보고 협조를 구해보기도 하고 심하게는 벌도 줘보지만 결국은 사형수는 달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짓곤한다.
과장의 말로는 방지거의 탈옥기도는 벌써 여러번째라고 한다. 양말의 실을 풀어서 밪줄을 꼬다가도 들켰고 또 한번은 줄칼을 구해서 창살을 끊다가 같은방에 사는 첩자(?)에 의해 두번째의 믿는 도끼에 발 찍힌 격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에 대해 책임을 져보겠다고 말해 보려던 자신감이 줄어버렸다. 그러나 나는 과장에게 그에대해 내가 책임지고 앞으로는 소내 모든 규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보겠으니 지금의 벌만큼은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과장은 매우 난처해 했다. 왜냐하면 사고가 나면 실질적 책임은 자신이겠으니 쉽게는 허락할수 없는 처지였다. 또 첫번도 아니고 여러 번째인데 다음이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다행히 이번은 쉽게 사전에 발각되었지만 사건이 커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나 과장은 나의 요청을 받아 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다음 주간이었다.
약속대로 방지거는 독방에서 풀려나 다시 다른방으로 나와 있었다. 나는 혹시나 그가 나를 보기에 미안해 할까봐 이번 사건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뜻으로『혼났지?』하며 웃으며 들여다보았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괜찮아. 난 다 이해하고 있어』
『………』
『괴로우면 루까복음 23장을 조용히 한번 읽어봐.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애. 꼭 읽어 보게』하며 성체를 영해주었다. 그에게 가장 어려운 것 하나는「친구에 대한 용서」를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바로 나의 할 일이었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