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조금후 회장님이 들어왔다. 회장님은 일칸에 들어서자 까닭모르게 소리를 질러댔다. 월금받아 처먹는 놈들이 그 따위로 일을 해하고 뺨이라도 칠것같다.
나는 젬마의 방에 들어갔다 나왔으므로 두려움은 누구보다도 컸다.
젬마는 토마스가 방에서 나가버리는걸 지켜보고 얼굴을 싸안았다. 세상의 슬픈일 중에 이토록 슬픈일은 없었다. 그녀는 토마스를 오랫동안 사랑해왔으며 사랑을 고백할 기회를 무던히도 기다려왔다. 그녀는 직공들의 작업중에는 이 일이 불가피하다는걸 너무도 잘알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직공들 사이에 불신과 싸움을 초래하는 수도 없잖아 있는 것이다.
그녀는 토마스가 마술가마를 만들 때 용케 아버지로 인해서 접근할 기회를 얻었지만 토마스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었다. 김군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꺼림칙하게 여겼으므로 토마스와는 비밀히 속삭이고자 했다. 부모님도 이걸 나무라진 않았다. 토마스가 성실하다는 점을 부모님은 부인하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녀 자신이 토마스에 반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술가마를 만드는데 토마스가 공장의 목재를 다 써도 아까울게 없었다. 다만 자기의 사랑을 받아준다면 그것뿐이었다.
그녀는 한없이 울었다. 토마스에게 돈을 보여주고 자신이 지닌 모든걸 보여주었다. 그렇게해서 사랑을 구해보자는 마음을 토마스는 받아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버님이 가신 성당사제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울면서 걸었던 것이다.
전화를받은 아버지는
『젬마야 너무 슬퍼할 것 없다. 세상 모든 남자들은 다 같은거야. 토마스는 아직 기반도 닦지못한 때문에 아직 결혼같은건 마음에 없는 것이다』
젬마는 아버지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토마스를 차지하고 싶었다.
『아버지 제발 도와주세요. 토마스가 기반을 못닦고 있다 해도 상관없잖아요 저에겐 모아놓은 돈이 있어요. 그러고 토마스가 가구점을 받들어주면 그게 기반 아니예요』
아버지는 안타깝게 결론지었다.
『네 심정은 잘 알겠어. 아버지는 토마스보다 더 좋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젬마야 토마스는 다른 처녀를 맘에 두고 있는거야』
젬마는 그 다른 처녀가 체칠리아라고 알고있었으므로 아버지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마자, 까무라쳐 버렸다.
나는 퇴근시간에 회장님께 얘기드렸다. 젬마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 지금에 와서 무슨 즐거움으로 일할 수가 있겠는가.
『회장님 저는 오늘부로 일을 그만두겠습니다』
울어버릴것만 같은 격한 감정에서 나는 겨우 말했던 것이다.
『여길 그만두면 다른 좋은 일자리가 있나?』
회장님의 표정이 몹씨 덤덤하게 변했다. 그럴수밖에 딸의 사랑을 거절하고 나가겠다니.
『찾으면 있겠지요. 하여간 저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는 못배길 심정입니다』
회장님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토마스, 그동안 수고해줘서 고맙네 언제든지 우리집에 일할 마음이 있으면 찾아오게』
나는 회장님이 왜 저토록 덤덤한 표정을 짓는지 알지못했다.
나는 마지막 월급봉투를 받아쥐었다. 돌아오는 길에 대폿집을 들러서 취하도록 마시고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안에 들어가서 하느님께 한없이 원망을 할 작정이었다 주님 주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하고. 성당문은 열려있었다. 항상 열려있었다. 나는 안으로 비틀거리고 들어갔다. 감실곁의 빨간 불빛이 눈에는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장궤대에 무너지듯이 주저앉았다 예수님의 십자가상이 천정에 매달려있었다. 나는 뚫어지도록 쳐다보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예수님 나의 고통도 예수님의 고통과 견줄만할 것일꺼야.
『주님 너무하십니다. 제가 이토록 젬마를 사랑하는데 젬마는 다른 사람한테 시집간단 말예요』
나는 으흐흑 소리 내었다. 성당안에 나의 울음소리가 요동했다. 나는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흐느꼈다. 그러고는 한없이 비애에 젖었다.
그날 저녁 젬마는 아버님의 방에 불러갔다. 어머님은 친목계를 모운다고 나가고 없었다. 동생들은 제각기 공부방에 들어가서 책에만 전념했다.
『아버지 부르셨어요?』
아버지의 엄숙한 표정앞에서는 겁을 집어먹지 않을수가 없는 그녀였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딸의 얼굴을 살펴보고는
『요즘 너의 안색이 좋지않구나 아버지는 너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있어 너는 아버지를 기쁘게해주고 싶지않느냐?』
하고 딸을 위하는 마음을 보였다. 그녀는 아버님께 별로 고마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 토마스가 일을 그만두고 나갔다는 사실밖에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토마스는 아버님이 내쫓은거나 다름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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