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라고 말한「니체」의 시대에 와서는 무신론이 적극성을 띤다. 그는 현실세계를 끊임없는 생성(生成)으로 간주하고 이 안에는 어떠한 불변적 존재자도 없다고 생각했다. 생성이란 더 큰 진화를 향해 발전하는 것으로서, 초인(超人)을 발생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성스러운 신이 아니라, 실존적인 초인인 것이다.
그는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인간의 생명력에 대해서는 치명적이며 따라서 신의 비존재는 인간생명의 당연한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약한 자를 돕고 적에게 사랑을 베푸는 신이 존재하여 그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면 사람이 할 일은 실로 아무것도 남지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영웅적 능력을 위해서는 신은 죽어야하며 성스러운 신을 죽인 우리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는 초월적 유일신론이 범신론으로 범신론은 다시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인간론으로 이것은 다시 유물론에 바탕한 사회중제적인 인간론이나 실존주의로 변화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서방세계에서 한세대를 휩쓸던 무신론적 실존주의의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싸르트르의 사상을 알아보도록 하자. 그는 근본적으로 신을 거부하여 절대자로서의 신을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나는 자유롭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논리를 통해 우리에게 부여된 신에 대한 근본적인 선택성을 제시했다. 또 그는 신을 족자대자일 것이기 때문에 성립 불가능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시대를 사랑의 홍수시대라고 한다면 싸르트르는 사랑이란 인간관계는 이룰수 없는것을 이루려는 무익한 수단이라고도 말했다.
인간관계 즉 사랑도 결국 사랑의 상대를 전부 점유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상대는 나밖의 한 시선으로 나타나 나에게 실패를 안겨주며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랑의 인간관계는 세디즘이나 매조키즘으로 변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싸르트르의 안타까운 인간상 좌절을 볼수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신론적인 싸르트르의 학설은 신의 폐기, 세계의 폐기, 희망의 폐기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간관계를「너와 나」로 전개시키며 그것은 사랑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 사랑은「그」를「너」「당신」으로 변화시키고 그것은「너와 나」의 차원을 승화시켜 더 풍부한「우리」를 창조한다고 보았다.
가브리엘ㆍ마르셀의 희망론은 인간본성에 그 근거를 둔다. 인간은 마음속에 실패해도 계속 희망을 갖는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은 세상 만물을 넘는 초월적인 성격을 띤다. 희망은 시련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바램이며, 암흑(병, 이별, 노예상태 등)에서 탈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망은 어떤 운명앞에 항복하고 그것을 수락(受諾)하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이 수락을 무한히 초월하는 우월성이 있다. 여기에 인내로써 적응할때 우리는 희망에 아주 접근하게 되는것이다. 인내란 타인에게 조잡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며 폭력으로 타인의 리듬에 자기 리듬을 강요하지 않는다. 여기서 마르셀의 희망이「소유」가 아니라「신비」임을 알아낼수 있다.
한편 우리는 희망이 착각성을 띤 허구는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에서 우리들이 신앙인인지 비신앙인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신앙인은 희망의 초월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신앙인은 어떠한 조건에도 한계를 붙이지 않고 절대적 신뢰를 가짐으로써 모든 실의를 초월하여 안정을 즉 희망을 지니게되는 것이다.
이런 절대적 희망을 지닐때 피조물인 우리는 무한한 존재를 받아 들이는것이다. 마르셀은 무신화, 유물화, 기술화, 비인간화로 치닫는 이 세대에 불안과 허무에 던져진 인간 실존에 안정과 희망의 길을 제시했다. 그는 실제생활에서 아무나 매일 체험하는 사랑, 믿음, 희망 등에서 출발하여 결국 그것들이 요청하는 초월의 길을 제시함으로써 인간에게 생기와 활기를 되찾아 주었다.
앞으로 그리스도 교계가 당면해야 할 문제는 마르셀의 희망철학은 물론이거니와 무신론ㆍ구조주의ㆍ신마르크스 주의 등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처하여 인간본성인 희망을 잃지않게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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