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주위에는 좋은 수필을 쓰는 분이 많이 계신다. 사상이 심오하고 특출하여서 좋은 수필이 있고 표현 기교가 능숙하고 문체가 아름다와서 좋은 수필이 있다. 그러나 보다 좋은 수필을 결정하는 기준은 아마도 사상이나 문체라기보다 수필 속에 담겨 있는 글쓴이의 참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와 같이 좋은 수필을 정의해 볼 때 구상 님의 최근 수필집「宇宙人과 하모니카」는 참으로 좋은 수필집이다.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우리는 구상 님의 인품과 만나게 된다. 그분은 자기의 말씀은 재치있게 꾸며서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첫 줄을 읽다가 싫증이 나면 그만 두라는 듯한 담담한 음성으로 말씀하신다. 그러나 구상 님의 글 몇몇 편을 읽는 동안 우리가 무의식 중에 깨닫게 되는 한 가지 기쁨이 있다. 그것은『지금 나는 기도를 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조금 더 읽어가노라면 곧 그 진실하고 꾸밈없는 문장 속에 깃들어 있는 구상 님의 건전한 상식과 생활관이 그대로 하느님의 백성으로써 지녀야 할 품성임을 깨닫게 된다. 지혜를 닦고 기도를 많이 하며 살아온 한 사람의 겸허한 음성을 들으면서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宇宙人과 하모니카」가 펼치는 세계 안에서 글을 읽는 정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아무 것도 내세우지 않는 가장 겸허한 이야기를 통하여 스스로가 하느님의 백성임을 인식하고 또 이웃에게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작자 구상 님은 비참하리 만큼 고통스러운 눈물을 아무도 모르게 흘려왔음을 이 수필집을 다 읽을 무렵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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