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장 빈번히「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세속의 일상속에서 이 말은 언제나 치열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특히 기독교 안에서 이 말은 모든 것이 시작이요 끝이며 전부인 것으로 되어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사도 바오로는『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과연「사랑」은 무엇일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말이 매우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사랑의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사도 요한은『누가 만일 눈으로 보지 못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제 눈으로 보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는 거짓말쟁이다』라고도 했던것이다.
하느님에 대해서든 인간에 대해서든「사랑」은 인간본성속에 뿌리깊이 존재하는 것이 진정한 사실이지만 약하고 작은 인간존재는 이 사랑을 생각하는 마음에 있어서 자주 지치고 건조해져 버리고 만다.
문제는 이처럼 인간이 사랑을 잃어버린 상태에서부터 제기된다. 이성간의 연애라 할지라도 그것이 불타고있는 동안에는 그것으로써 좋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위태롭고 얼마나 자주 끊기며 또 얼마나 뜻대로 안되어가는 운명의 것인지를 사람들은 경감하게 된다. 이런때 사람들은 사랑이 얼마나 어려우며 때로는 죽음과도 맞먹는 괴로움인 것인지를 겪어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속의 일상에서 깨닫게 되는가장 중요한 점은 연애만으로써는 결코「완전한 사랑」이 못되며 충분한 평화가 못된다는 것이다.
김남조의 첫 시집「목숨」(1953)에 실린「사야」의 한 대목이 바로 이 완전성에 대한 갈구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죄가 많으려고 죄가 얼마나 많으려고 끝끝내 너 하나를 잊지못해 하는 이 무참한 연책과 형벌의 굴레를 쓴 채로 그 하필 엄청난 그리스도를 안고 나는 이밤에 검은 샘속으로 떨어져 버리고 싶어!』
이렇게 갈망과 원한과 또 때로는 탐욕과 가책을 합하여 겪으며 인간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우면서 마침내 더 높은 어떤 사랑의 상태에 오르고자 원하게 된다.
김남조 시인의 최근작「사랑초서」는 오직 사랑을 주제로 한 102토막의 연작시집이다. 이 시인은 이미 세상에 내놓은 여러권의 시집에서도 사랑의 주제를 많이 다루어왔다. 그러나 이번의 시집에 이르러서 이 주제는 더욱 집중적으로 더욱 정돈되어 다루어졌으며 더욱이 일반의 서정적 애정시집류와는 완연히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사랑초서」의 일관된 주제가 추구되어나간 체계를 밝혀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①인간끼리의 사랑을 통한「사랑의 심리적 형제」에 대한 인식.
사람을 버리느니
사람에게 버림받게 하소서
사람끼리 사랑할 때
내가 먼저
사랑하게 하소서. <47>
마음에 대답하는 마음
영혼에 산울림하는 영혼
이를 생각만 해도 나는 운다.
굶주렸고 바보인
아이처럼<11>
②사랑의 괴로움으로 인해 울부짖는 부름 속에서 하느님을 만남.
내가 길잃은 곳에
그대 있다
내 어둠에 등을 비추며
아무도 없느냐고 울며 외칠때
그대 음성 울린다<33>
소리지르게
쓸쓸한 이날
존재의 밑바닥에 시린 샘물에
큰 창문처럼 생긴
사랑 하나
빛나고 있다. <13>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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