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형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여자일때면 으례 여자 사형수도 있느냐고 묻는다.
내가 처음 사형수들을 만날때 사형수의 수는 대략 20명과 세를 받지않은 7~8명이 있었는데 그 중 유일하게 여자로는 정 바울라 한 사람이었다.
서대문 구치소에만 대략 6천명이 수감되어 있는데 그 중 5백명은 여사에 따로 수감되어 한쪽에 격리 수용되어 있는데 교도소 측에서는 남사와의 불미한 사건이 있지나 않을까 하여 특별한 보안을 취하고 있다.
나는 선례에 의해 별 어려움없이 사목상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여사를 처음 들어가 보면 역시 남사보다는 깨끗하다는 인상이다. 매번 드나들때마다 청소에 분주하고 청소하던 여수들은 이상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들어온다 하여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곤 한다.
바울라는 본래 만주사람이었다. (고향이 만주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의 본명은 춘희라고 불렀으며 젊었을때 만주에서 술집을 경영했는데 정춘희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유명했고 미모에도 젊어서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도 그를 보면 눈 눈섭 입부분 부분이 매우 짙은 인상을 풍기는듯 했다.
별로 자신의 지난 얘기를 하지 않지만 사건에 대한 이야기 만큼은 자세하게 자주 말해왔다.
그간 만주에 있다가 어떤 한국 군인을 따라 남하해서 강원도 홍천으로 내려 왔단다. 거기서 그 군인과 동거생활을 하다가 무슨 이유인지 둘은 서로 합의하에 갈라지고 정춘희는 다시 술장사를 시작했단다.
가지고 있던 조그마한 밑천으로 술장사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경기가 좋아 조그마한 집과 가게를 마련할 수 있었다.
매일 그 장사를 하던중 하루는 처자있는 한 남자를 알게되어 둘은 정도 이상으로 자주 내왕하다가 동거생활로 들어갔다.
일은 갑자기 복잡해져 매일처럼 본 부인이 쫓아와 가게는 난장판이 되었다.
며칠후 남자는 춘희에게 제의해 왔다.
술집을 닫고 절로 피해서 두 달만 기다리라고. 그러면 부인과 이혼하고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춘희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절로 피해 두 달을 지냈다. 그런데 아무소식이 없었다. 기다리다 못해 내려와 보니 이미 술집은 팔려버렸고 남자는 만날 길이 없었다.
그 후 그는 소주에 청산가리를 타서 매일 밤 그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하루는 그를 만났다. 춘희는 그를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가 소주병을 내밀고 같이 먹고 죽자고 했다. 바울라의 말을 빌면 본인은 확실히 독약이 든 소주라는 것을 말했는데 오히려 남자가 믿지않고 그 술을 먹어 죽었다는 것이다.
사실을 따지고 잘잘못을 들추기에는 나는 그녀를 너무 늦게 알았다.
그 후 그녀는 일심(홍천지방법원)에서 사형언도를 받고 항소를 포기한채 3년을 지내다가 지난 12월에 집행되었다.
바울라는 여자였기 때문이었는지 혹은 여자로서 가장 약한 부분에 대한 침해였기 때문이었는지 그는 여자 교도관들과 우리 신자들 그리고 외부 단체들로부터 많은 동정을 받았다.
특히 종로본당의 정 마리아씨(교도소 후원회 회원)가 그의 대모를 서주었고 KAL항공의 여자 탁구선수들이 그녀를 보살펴 주었다.
그녀는 강직한 성격으로 가끔 교도관들과 부딪히고 고백성사때면 울음으로 시작해서 울음으로 그치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쩌다 한주일 못보면『신부님, 왜 전 주에 안오셨어요?』하는 모습이 어른답지 않게 아이같던 모습에서 웃음을 참던 기억이 난다.
『신부님, 빠지지 말고 꼭꼭 와주세요』
「네, 빠지지 않고 꼭 올께요. 기구생활 잘하세요」너무나 측은하게 보였다. 바탕이 결코 나쁜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회가 인간이 최대한으로 얼마나 악할 수 있는가를 만들어낸「케이스」같이 느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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