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8월 5일 화요일 기상대는 죽음을 몰고오는 허리케인급 태풍알렌호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보를 했다.
알렌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마이카 남쪽해안으로 직진해오고 있다는 예보였다. 모두들 문을 닫아걸고 재난과 파멸과 죽음을 기다리고만 있었다.
정부 관리들은 홍수가 범람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주민들이나 허술하게 지은 판자 집에 사는 주민들은 즉각 대피해서 높은 지대에 있는 견고한 집이나 교회 학교 건물로 피난하도록 했다. 타이티 남쪽에서 태풍은 매시 2백 75km의 풍속으로 내일아침 수요일에는 자마이카를 엄습할 것으로 예정되고 있었다. 내무장관은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번 태풍이 카리브해에서 최근 1백년 사이에 있었던 것 중 가장 강렬하고 피해가 클 것으로 짐작되는 태풍임을 거듭 경고하고 있었다. 나도 장관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도 나는 가끔 태풍을 겪은 경험이 있었다. 내가 학생시절에는 지리시간에 바람과 물에 대한 것을 배웠고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두려웠고 항상 기도를 하고 있었다. 방송에서는「살인태풍 알렌호」가 최대풍속이 시속 2백 86km에 파고만도 10m가 넘을 것으로 거듭 경고했다.
나와 아내는 매우 걱정스럽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이면 하느님의 특별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사랑하는 정든 집과 지붕과 벽은 무참히 날아가 버리고 가족들은 죽을 것이다. 나는 저녁 해가 저물 무렵 무언가 성스러움이 우리가족을 지켜주도록 기도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성모님께 기도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메달들을 갖고 와서 문 앞과 창문, 집둘레에 걸고 한개는 지붕 위에도 던져두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끊임없이 기도를 했다. 그러나 아무런 기도에 대한 응답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 8시가 됐을 때 기상대는 태풍이 자마이카로 더 가까워져 온다는 발표를 했다.
더구나 태풍이 진로를 바꿀 징조도 전연 없다고 했다.
내일 아침 일찍 자마이카를 강타할 것이라는 발표였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축성 받은 커다란 촛불을 켜고 항상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앞에서 기도하던 성모님 상(像)이 그려진 그림 앞에서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우리가 촛불이 조그맣게 녹았을 때까지 기도했을 때 아! 이런 기적이 있을까?
한밤에 기상대는 태풍의 세력이 약화돼 풍향이 시속 2백 86km에서 2백 10km로 떨어졌다고 발표한 것이다.
더욱이 기상대 관계자들도 할 말을 잊은 것은 밤9시 이후 직진해오던 허리케인의 진로가 이리저리 방향을 비틀거리며 약 30분간 제자리서 회전하다가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산악지대로 치고 들어갔다가 다시 곧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자마이카 북쪽으로부터 40~80km떨어진 바다 쪽으로 휘몰아쳐 간 것이었다.
남쪽에는 기적적으로 무사했던 것이었다. 나는 꼭 우리의 기도가 그런 힘을 이뤘다기보다 그 일을 계기로 언제나 성모님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파멸로부터 보호하고 지켜주신다는 믿음을 더욱 굳게 믿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자마이카 사바나학교 테렌스치 올리버씨의 고백 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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