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10월2일 호수천신 첨례미사(3일 만에 처음 드리는 미사)와 견진성사 집전. 출발에 모두 근10리 까지 따라왔고 20명가량은 더 멀리까지 우리를 배웅했다. 정오경 풍수원 교우들을 만났는데 특히 어린이들은 여인숙까지 왔다. 풍수원 십리를 앞두고 한 포수가 우리의 도착을 알리게 되었다. 행렬은 점점 장엄해 산과 고개와 깊은 골짜기를 지나 마을에 이르렀다. 성당ㆍ집 모두가 새롭게 잘 건축되었다.
10월 4일 매괴 첨례 군중을 다 수용하기엔 성당이 너무 작다. 르메르관할의 모든 공소에서 대표들이 왔으며 영동에서도 왔다. 미사 때 1백 50명의 영성체에 이어 견진성사가 있었다. 아직도 고해가 계속되고 있다. 마니피캇을 노래하고 성체강복, 그리고 2명의 어른에게 영세를 주었다.
10월 5일 어제 영세한 2명의 어른과 또 어떤 노인 2명에게 견진성사를 주다. 그런 다음 작별. 나는 서울로 향했다. 회장은 그저께 그의 집과 그의 수염이 불타버렸으나 수염을 빼놓고서는 다 복구되었다. 거문리에서 주막에 들었다. 제발 빈대가 없었으면!
10월 6일 촛불을 켜고 빈대를 대살륙 하느라고 한 잠도 못 이루었다. 얼마나 고통인가!
10월 7일 빈대가 없는 밤이 었다! 아침에 이슬비가 내리고 춥다. 나룻배를 타다. 비가 점점 많이 내려 부득이 여인숙으로 피신하다 가랑비에 불구하고 광나루, 국수를 지나 3시경 서울에 도착했다.
10월 27일 오늘은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 설립 2백 28주년 기념일이다. 이날이 우연히도 조선의 최초의 성당의 정초식(머릿돌의 축성)날짜와 일치했다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성당은 전교지방과 전교회의 수호자인 성 요셉에게 봉헌되었다. 그것은 문밖 남대문과 서소문사이 거의 같은 거리에 위치한 약현으로 불리는 언덕위에 있다. 머릿돌의 축성은 오늘 아침 10시 거행되었는데 가능한 한 장엄하게 했다. 머릿돌은 교회종탑으로 연결되는 벽돌 중앙부분 우편모퉁이 (복음편)땅하고 같은 높이에 놓여졌다. 나는 거기에 날자와 이 정초의 특별한 환경 등을 기록해 넣고 엽전 몇 개와 메달 등을 넣은 통을 봉인했다. 『이제 하느님의 집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다. 하느님은 사람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실 것이다』문밖 교우들이 만찬을 제공했다.
10월 29일 용산으로 가서 선생 신부와 학생들을 데리고 앵베르 주교ㆍ모방ㆍ샤스땅 신부의 산소로 소풍을 갔다. 노들강을 지나 왼쪽의 비스듬한 길을 따라 산과 골짜기를 거쳐 관악구에 이르렀다. 계곡에서 점심을 들고 묘소로 올라갔다. 오름길 초입에 삼막사(三幕寺)10리란 푯말이 있다. 그 길을 따라갔다. 경사가 가파르고 험난하다. 고개 맞은편 내리받이 약 10분 거리에 무덤이 있다. 우리는 무덤주변위의 잡초들을 우리 칼로 잘라내고 간단히 기도를 드리고 나서 마을로 내려왔다. 특별한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28명과 회식을 했는데 그 가운데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같이 산에 올랐던 권다두와 한 회장도 들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이산의 이름이 삼성산(三聖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얼마나 우연한 일인가! 시흥을 거쳐 돌아오다. 꽤 춥다. 다리에 피곤함을 느꼈다.
11월 3일 천황생일을 맞아 일본공사관을 방문하다가 지야마 공사는 대단히 친절했다. 그는 우리와 잘 지내기를 원하고 또 우리를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정오에 일본인들이 종이로 만든 마네킨을 쏘아 올렸는데 아주 높은데서 흩어져 서서히 내려왔다. 저녁에 일본거리의 조명이 아름다왔는데 바람 때문에 좀 방해를 받았다. 아마도 이 모든 발포로 인한 화재로 공원의 집 한 채가 파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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