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11월 6일 로쉐씨를 방문, 이 나라 안에 불평들이 노골화되고 혁명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소문이 유럽거류민 가운데 돌고 있다. 나는 로쉐씨를 안심시키다. 일부 식료품 값이 오름에 따라 쌀ㆍ나무ㆍ채소가 은화교환가의 상승과 교통수단의 결여로(가축전염병으로 대부분의 소들이 몰살했다)값이 올랐으나 현재 조선에서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도 무리들이 형성돼 여행자들을 약탈할 것이라고들 말하고 있으나 일부 노력으로 그들 일부를 해산시켰다고 한다.
11월 9일 두세 신부는 문밖 새 본당에 결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오늘 저녁 떠난다. 성요셉성당은 벌써 창문높이까지 올라갔다. 외국 공관들이 오늘 모두 반기(半旗)를 달았다.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11월 14일 거계(巨繼)사건(주①)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오늘 죠조 신부로부터 받았다. 나는 르장드르 신부를 소개하고 최초의 조선식 식사에 참석시키고자 그를 양로원으로 인도했다.
11월 19일 프와넬 신부와 함께 문밖 성요셉성당을 방문하다. 건축은 빨리 진행되고 있다. 벌써 벽이 창문중턱까지 올라갔다. 두세 신부는 없었다.
11월 29일 영하 9도. 추위가 많이 풀렸다. 오늘은 장림절(將臨節)제 1주일이다. 저녁 4시 반경 마라발 신부가 도착하다. 그는 영동과 춘천에서 성사집전을 했는데 감기와 폐렴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기위해 서울에 왔다.
12월 5일 영하 14도. 문밖 성 요셉성당 건축의 마지막 날.
12월 16일 프랑스공사관 주사 이 베드로의 방문.
정부가 은화를 모델로하여 곧 25냥짜리 은화를 주조할 것이라는 내용이 문제가 되다. 현재 은화의 교환가는 27냥이다. 이는 정부가 발행하고자하는 은행어음들의 통용을 나중으로 미루는 방법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부유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다. 눈이 내리다. 저녁 무렵에는 북풍.
12월 19일 쿠랑씨가 중국 소식을가지고 오다. 만주에서 폭동이 발생하였으며 몽고동부 및 제올에서도 반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 지역이 관장(官長)은 자신과 외교인 주민들의 목숨을 구해달라는 조건으로 폭도들에게 투항하였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교우 주민들은 폭도들의 손에 넘어가 모두 학살당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배를 갈라 죽이고 불에 태워 죽였다는 등, 학살당한 선교사들의 얘기 등 엄청난 일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12월 22일 고태골(현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병자성사. 프와넬 신부는 일이 있어 바빴으므로 내가 성사를 주러갔다.
12월 23일 마라발 신부가 요즈음 몹시 고통스러워한다. 와이즈 박사는 그를 진찰해 보고 좀 더 따뜻한 고장으로 떠나라고 권고했다. 왼쪽 폐가 거의 상해버렸다는 것이다. 내가 곧 박사를 찾아가 마라발 신부에 대한 그의 진단 결과를 확인해보다. 그의 견해로는 마라발 신부가 여기에서 이번 겨울을 보낸다면 생명이 위험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홍콩에서라면 그 끔직한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고 한다.
12월 24일 강당에서 고백성사를 주느라 하루를 보내다. 또 저녁 때는 성문이 닫히기 전에 양로원에 들러 재원 자들에게 고백성사를 주었다.
12월 25일 평양에서 화재. 외교인들이 한 교우 집에 불을 지르다.
※註① 1888년 로베르 신부가 거제도 진목(眞木) (오늘의 옥포(玉浦))을 방문한 후 윤봉문 형제가 회장으로 활약하다 순교함은 물론 가산과 전답일체를 빼앗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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