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이 처형되기 바로 전에 법관은 마지막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그때 요한은 교무계장에게『저는 형제들의 영혼에 유익을 주기 위해 많은 성서를 매번 허락이 불가능할 때에는 그대로 동료들에게 나누어 주어 소 내의 규칙을 위반한 데 대하여 진심으로 용서를 청합니다』하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리고 법관에게는『현재 사형수 중에는 재심 받으면 생명을 유지하여 가정과 국가를 위하여 좋은 일을 할 사람이 있겠으니 재심을 청구하는 이의 청을 쉽게 기각치 말아주시기 부탁합니다』고 하였다.
이 말을 한 뒤 박요한은 모든 은인들을 위해서 간곡하게 은총을 빌고, 둘러서 있는 분들께 감사한 후 미소 띤 모습으로 형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형장은 누가 죄인이고 형을 받는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감격스러웠고, 바로 훈훈한 봄꽃동산이었다고 감탄하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렇게 요한은 지상생활을 마쳤으나 그가 남긴「산 모범」때문에 죄수들뿐 아니라 현역 교도관과 교무과 직원들이 교리를 열심히 배우게 되었고 그들이 영세한 후 맡겨진 일을 수행해가면서 요한처럼 주님을 전하는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폭 넓게 독서를 하며 열심한 가정을 만들고 불우한 형제들의 구령사업에 신부나 수녀들 못지않게 아니 더 뛰어나게 일을 하고들 있다. 때문에 구치소나 교도소의 전교는 휠씬 쉬워졌다.
박요한의 아름다운 생활에 감동되어 이렇듯 큰 열매를 맺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나는 지금도 필요할 때 이분에게 기구하여 은혜를 받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주님의 품에 안긴 분들의 추억은 많다. 그러나 상기한 박종석 요한 황도석 삐오 한창동 마태오 등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순간적으로 범한 죄를 속죄하는 몸이었지만 주님의 손길에 순응하여 기도와 성경 봉독에 열중하며 날이 갈수록 신앙이 깊어지며 자기 가족들의 구령까지도 면회 때 염려하고 유언으로 부탁하여 영세 입교한 분들도 꽤 많다. 이들 대부분은 무신론자로 이곳에 들어와 우리와 면접하고 격려를 받는 동안 아름답게 영혼을 꾸미며 살아가다가 안온한 마음으로 형을 받게 되니 어떤 의미에선 그분들의 범죄가 복된 죄였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구치소 교도소는 성인이 되고 성인으로 가신 분이 여러 명이 있겠기에 내가 이곳을 가면서 이곳은 죄수의 감옥이라기보다 성인들이 성인 되고 있는 곳으로 인정이 되고, 만나게 되는 분들은 내 동생 내 조카와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진리에 눈을 뜨고 그가 걸어온 길이 옳지 않았음을 깨달아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볼 때 가능하다면 성당에서의 미사성제나 성지를 두루 구경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교회의 큰 행사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그 현장을 수정인들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가 믿고 바라는 분을 아는 데 그의 영혼이 성화하는데 촉진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하다못해 행사의 사진이라도 구해다가 보이며 설명해 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