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에 살되 생존의 최대 조건인 모든 희망 기쁨 행복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병마와 싸우며 사회 속에 살기를 철저히 거부당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시몬의 집」.
「시몬의 집」은 이미 삶을 포기했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찾아 몸부림치는 15명 결핵 환자들의 삶의 보금자리이다.
경기도 파주군 광탄면 75번지 한 골짜기에 자리잡은「시몬의 집」은 76년 10월 서울시립병원으로부터 만기 퇴원 당한 9명의 결핵 환자들로 출발했다. 퇴원은 했으나 사회와 가정 그 어느 곳도 이들을 따뜻이 받아줄 곳은 없었고 완치되지 않은 몸과 오랜 투병생활 속에서 사회 복귀에의 두려움은 이들을 꼼짝없이 고아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오갈 데 없는 어른 고아(?)들에게 사회는 완전히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이들의 딱한 처지를 돕고자 선뜻 나선 은인이 있었기 때문. 이들의 협조자 최숙희(젬마ㆍ37ㆍ서울 연신국민학교 교사)씨는 우선 환자들을 수용할 집을 찾아 뛰었고 그의 높은 뜻은 곧 여러 사람의 호응을 얻기에 이르렀다. 벨기에 청년 단체가 성금을 보내왔고 김수환 추기경도 이에 가담, 이들은 비록 오막살이지만 벽과 지붕이 있는 삶의 터전을 갖게 되었다.
은인들의 도움은 끊이지 않아 수녀연합회가 집 수리비 60만 원을 선뜻 내놓아 오막살이는 번듯한 스레이트 지붕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중증환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집 주위 공터에다 채소밭을 가꾸어 부식비를 버는 한편 묵주를 만들어 판매, 자립을 위한 소규모의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생활의 기틀을 잡기 시작했다.
살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은 우물 오염을 이유로 시몬의 집 철거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성모병원 의사팀이 식수 오염 조사를 하는 소동을 겪으면서 주춤했으나 양평동 판자촌 철거민들의 눈물 겨운 성금을 받으면서 굳게 다져지기도 했다. 이들의 가장 큰 기쁨은 동료 환자가 병이 나아 가정이나 직장으로 되돌아갈 때. 그러나 병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의 장례를 치르면서 이들은 한없는 좌절감으로 몸부림친다.
최숙희씨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로의 정상적인 복귀라고 말하면서 무의무탁 환자 중환자를 돌볼 인력 부족이 현재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국에 2백만이 넘는 이러한 이웃이 주변에 있음을 기억하고 그리스도의 풍성한 사랑을 함께 나눌 때 다가올 성탄절은 한층 값지고 보람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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