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들에게 매주 읽을거리로 각 본당 주보들을 모아다가 준다. 그 중에서도 명동 주보는 꼭꼭 가져다 주는데, 무슨 일이 있어 못 주는 날엔 너무나도 허전해하기 대문에 가능한 한 한 주일도 빠지지 않고 챙겨준다.
그리고 특별한 기도문이나 성서 등은 적은 수지만 새로 나온 것은 돌려가며 보도록 주면 그렇게도 흐뭇해할 수가 없다.
「성경」은「내 생명」이라고까지 하며 매일 봉독하고 있다. 또 기도도 열심히 드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다 순조롭게 신앙을 받고 한결같이 앞으로 나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가정 사정에 따라 자라난 환경에 따라 어떤 분은 감정에 치우쳐 있고 자기에게 대한 대우나 안정감을 독차지하려는 마음에서 노여움이 많고, 쉽게 좌절하기도 하고 증오심, 선망심, 이기심, 자기 우월감 등으로 곧잘 지내다가 일을 저지르곤 한다.
어떤 땐 지금까지 기도하고 읽어가던 기도서, 성서 등을 모두 가지고 나와서『저는 기도도, 독서도 안 되니 이 책들을 다른 이에게 주세요』하며 시궁퉁한 얼굴로 책을 내밀면 다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실망도 된다. 필경 곡절이 있겠다고 싶어 재빨리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읽어나간다. 그것이 마음의 변화에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외부 환경에서 일어난 것인지 알아낸 후, 일단은 그냥 그 자리를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구원은 강제로 되는 것이 아니니 잠시 기다렸다가 마음이 내키는 대로 다음에 다시 만납시다. 계속 당신을 위해서 우리는 기도하겠습니다』는 말을 하고 그를 돌려보낸다.
마음이 착잡해지고 여간 섭섭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실망해서는 안 된다.
우선 열심한 동료 수녀에게 기도도 청하고 나도 그 영혼을 위해 특별기도를 올리며 마음을 쓴다.
담당 교도관에게도 그 사이 공간을 좀 두자고 약속하고 특별히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지 얼마 후 다시 만나면 좀 계면쩍긴 해도 순순이 나와 반갑게 면담을 하게 된다. 그래서 기도 많이 드리고 성경 많이 읽고 생각해 보자고 하면 책이 없어 아무 것도 못한다고 한다.
그럼 그가 마음 고쳐먹은 게 고맙고 반가와서 교리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고 책도 여러 가지를 다시 구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가신 다음 왜 그랬는가 알아보면 어떤 분은 감방에서 난동 부린 일을 솔직이 고백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스스로 좌절해 극도의 긴장감에서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 괜한 우울증에서 기인되었음을 알게 된다. 어떤 분은 이러기를 서너 차례나 되풀이해서 여간 긴장되고 피로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약한 인간이니 더욱 그들의 환경을 생각할 때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특수한 성격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갈수록 성화되어 어떤 분은 자기 방이 불편한 것을 담당관에게 솔직히 말하고 다른 방으로 청해 보라고 하면 다른 이가 그 방에 오면 같은 고생으로 어렵겠으니 차라리 제가 당하는 것이 낫다고 하며 어려움을 자기가 맡기도 한다.
이렇듯 개개인의 특수성과 미담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 초면에는 부인도 하고 속으로 반발도 하겠지만 형을 받고 날과 달이 거듭되는 동안에 면접수가 늘고 그분들의 노력과 기도생활로써 여러 어려움과 번민을 줄여가면서 영혼의 평온을 보존하며 이웃을 사랑하기까지 이르게 되니 내 어찌 이 일을 마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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