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의 요소에서 우리는 인간끼리의 사랑에서 심리적으로 확인되는 맛과 즐거움, 그것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소중하기에 가장 겸허한 자리에서 사랑을 우러르는 진지성이 잘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②의 요소에서 사랑은 맛과 즐거움 뿐이 아니고 진지성이며 진실이기에 오히려 지극히 외롭고 괴로울때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됨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경지에서는 이미 사랑이 인간에게 하느님을 일깨우고 있다. 『고난의 땅에서만/만나는 신/사랑의 형장에 못왔더면/영 못뵈었을/나의/신이여』(51)『사랑/이상의 것은/사랑이지/하늘위에 더높은 건/하늘나라 하늘이지』(54).
이렇게 사랑은 하느님에게까지 이어지며 승화되었다. ③하느님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마련해 베풀어 주신 사실을 감사함.
탄생에 축복을
만남과 헤어짐에 축복을
죽음엔 더 축복을
사랑에겐
사랑을 보태어 주소서
주여 <7>
구하기 전에
주 이미 주신것
생명과 빛과
사랑,
지금은 구하는 마음마저
더 주심을 <98>
많은 독실한 신앙인이 의례히 말하는 은총이라는 것이 여기에서처럼 시를 통하여 착실히 획득되는 사실은 실로 거의 경이롭기까지하다. 오히려 언어를 다듬고 씻고 잘 엮어서 인생의 축복과 은총을 이만큼 형상화해 놓은 것은 다른사람들에게 널리 나누어 줄수 있는 귀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끝으로「사랑초서」가 맺는 매우 중요한 매듭은 다음의 한절로 나타난다.
사랑의 선, 사랑의 가책에도 진실로 지쳤다
사랑의 신이
주무시는 까닭을
오늘 안다 <66>
하느님을 설명하는 어느 사제의 글에 다음과 같은 뜻의 것이 있었다. 「그는 높은 옥좌에 앉은 팔자좋은 분이 아니고,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못 이겨 대신 죽어주느라고 십자가를 멘 불쌍한 분」이라고. 마치 그러한 의미에서처럼 실로 하느님은 무량한 사랑을 품은 탓으로 스스로 지쳐 침묵하실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지혜의 회로를 거쳐 시인은 다시 인간의 약하고 작은 실상에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다시 괴롭고 부끄럽고 소망이 많은 영혼의 작업을 시로써 써 나아가게 된다. 이 작업의 계속은 시와 진실을 더욱 많이 생산해 놓게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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