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연두빛이던 나무 잎들이 의논이라도 한듯 모두 다 진초록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첫여름입니다.
오늘도 달레네의 형제들은 집 뒷산으로 몰려가서「파띠마」의 세 목동놀이에 바쁩니다.
높다란 참나무 가지위를 바라보면서 마치 거기에 성모님이 나타나신듯, 마치 자기네가 히야친따나 프란치스꼬나 루치아가 된 듯이 말이지요.
『부인이여, 지금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나 천당에서 왔다』라고 하면서 서로서로 그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말이지요.
아니 달래네의 남매가 이렇게 산에 와서 놀기를 좋아하는건 자기네들이 워낙 산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또 그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산 공기가 특별히 산소가 사람의 몸에, 특별히 두뇌에 아주 필요하며 창의력을 기르는데도 더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 집의 아빠와 엄마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마치「리지외」의 작은꽃 아기 예수 데레사처럼 특별히 아름답고 고운마음씨는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너무너무 잘 알고 있는 이 집의 엄마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음처럼 말씀하셨습니다.
『달래야 갓 피어난 찔레꽃 잎을 뜯어먹고 오너라. 그 향긋한 냄새를 실컷 맡고. 그래 꽃잎처럼 고운 마음씨의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
아니 엄마는 또 다음과 같은 말씀을 자주자주 하셨습니다.
『작은꽃 아니 예수 데레사는 말이지 들꽃을 너무 사랑하셔서 거의 날마다 꽃다발을 성모님께 갖다 바쳤대요. 그랬더니 글쎄, 나중에 위대한 성녀가 되시지 않았겠니?』
아니 그러면서 엄마는 날마다 싱싱한 꽃으로 성모상을 꾸미고 그 앞에서 기도를 바치곤 하셨습니다. 물론 촛불까지 밝히시고 말이지요.
아니 그러던 무렵의 어느날이었습니다. 달래네의 형제들이 아침 산책에서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서
『주일학교에 늦겠는데 얘들이 웬일이지?』
하고 가 본 아빠와 엄마의 눈길앞에 나타난 광경은?
아아, 거기 뒷산의 어느 바위 위, 새하얀 찔레꽃이 온통 그 위를 뒤덮고 있는 어느 바위 위에 어느새 오셨는지「파띠마」의 성모상이 와 계시지를 않겠어요. 저희들 방의 쬐그마한 파띠마 성모상이 말이지요. 그러니까 발 아래로 수천송이의 찔레꽃 송이를, 들장미꽃 송이를 밟고 계시는 것이었어요. 그런가 하면 또 동녁 하늘에서 떠오르는 이른 아침 태양을, 동녘 높은 산봉우리들 사이로 막 솟아올라 오고있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태양과 아침 노을을 촛불 삼아 말이지요
따라서 엄마가 꾸미신 성모님의 제단을 아무리 아름답게 꾸몄다고 하지만 엄마의 딸들이 꾸며놓은 이 대자연 속의 성모님의 제단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찔레꽃 향기가 온 산천에 진동하는 그 근처 참나무가지 위에는 까치가 깍깍 노래를 부르고 있었구요.
아니, 그 앞에서 달래네의 형제는-얼마 전 월남이 공산군에게 항복을 하던 날, 엄마께서 세계 평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를 바치라고 한 개씩 사다주신 반지 로사리오를 끼고 매만지면서 열심히 열심히 기도를 바치고 있지를 않겠어요. 아니, 그걸 바라보는 아빠의 눈망울엔 이슬이 맺히고 있었습니다.
『내 사랑하는 아가들아 너희들의 기도가 있는 한 우리나라는 절대로 북괴의 마수에 짓밟히지 않으리라. 그래 그렇다. 엄마와 아빠는 말이지 어떻게 해서라도 이 산등성이 위에 성모상을 세우겠다. 아침마다 바쳐진 너희들의 기도를 받으시기 위해서 말이다. 아니 뭐라고? 성모상은 삼팔선경계의 어느 높은산 봉우리 아니 북한땅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의 어느 산봉우리에 세워서 우리 죄를 뉘우치는 참회의 편지를 써서 그앞에 바치고 삼천만번 로사리오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글쎄 그건 좀 더 두고 생각해 볼일이구나』
하고 말이지요.
아니, 바로 그때였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오신줄도 모르고 막 로사리오의 기도를 다 마친 딸들의 입에서 다음과 같은 노래소리가 흘러나온 것은.
파띠마에 나타나신 하늘의 여왕님!
우리들의 어머니, 우리들의 엄마여!
엄마께선 맑은 마음 좋아하시죠?
엄마께선 맑은 눈빛 좋아하시죠?
우리들의 꽃마음 로사리오 기도를
모두 모아 예수님께 바쳐 주셔요.
나의 가정 나의조국 온 누리에
평화 … 평화…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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