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온 핫세이 추기경은 약 1년 전에 만난 톰슨이란 사람이 다시,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되돌아온 이야기를 강론시간에 이야기해주었다. 톰손씨의 회심(回心)은 진정으로 한 뉘우침이었다.
그런데 그가 가톨릭 신자로 되돌아오면서 커다란 슬픔이 그를 압박했다.
그것은 그가 아직 가톨릭으로 다시 돌아오기 이전에 그의 아이들에게 영세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일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그의 딸 아이 한 명이 영세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죽어버렸다.
바로 그 마음의 빚이 끊임없이 악령처럼 그의 영혼을 압박하고 괴롭혔다.
하루는 그가 낙담한 얼굴로 나를 찾아와 호소했다.
『나는 내 죽은 딸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나는 그에게 이렇게 이르며 위로했다.
『그 애를 위해 기도를 하십시오.』
그러나 그는『내 기도가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그 애는 영세도 하지 못 한 채 죽었지 않습니까?』
『기도하면서 아이를 하느님 품에 맡기십시오. 당신은 하느님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하고 있군요.』
그러자 그는 『그럼 만약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제가 기도를 하면 내 딸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겁니까?』
나는 그에게 틀림없는 신념을 가질 것을 설명해주었다.
집으로 돌아간 톰슨씨는 하느님에 대해 기도로써 그의 죽은 딸애를 위해 탄원을 할 작정으로 죽을 때 까지 계속 매일 묵주기도를 하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잊어버리고 지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다시 톰손씨가 기쁜 표정으로 나를 찾아왔다.
『추기경님! 나의 기도가 드디어 나의 딸애를 구해달라는 구원기도의 소원이 이뤄지게 했습니다! 하늘에서 말입니다』
처음 나는 그 가련한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제 우리 딸애가 죽기 얼마 전까지 수년간 우리 집에서 일하던 하녀「베시」가 찾아 왔었습니다. 그녀는 대뜸 내가 가톨릭신자로 되돌아온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는 이야기부터 하고는 자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내가 참된 가톨릭신자가 되기를 기도했는지 모르며 이 제사 그 바람이 이뤄졌다며 기뻐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긴 시간 이런저런 세상이야기를 하고 나의 죽은 딸애에 대한 근심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됐지요.』
하녀는 『어느 딸 말이 예요!』하고 물었다.
『미들리…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미들리 말이야』
『그 애가 영세도 못하고 죽었어?』
『내가 그 애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영세를 못하게 방해를 했었던 거지』
『아-네 알겠어요. 그런데 아저씬 그때 당신이 영세를 거부한 것이 무슨 효과가 있었다고 믿나요? 전 미들리가 영세 못 하고 죽었다는 근심에 대해 전연 신경 쓰고 있지 않아요. 나는 벌써 그 애가 죽기 전에 아저씨 몰래 영세를 하게 해줬거든요?
아마 성모승천대축일 전날 밤이었을 거예요. 그날 제가 미들리를 데리고 가서 마리아라는 본명까지 받게 했거던요』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뛸 듯이 기뻐서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니 그게 정말이냐 』하고 외쳤습니다.
하녀는『그럼 정말이지요. 증인인 내가 여기 이렇게 서 있잖아요. 정 못 믿겠다면 성당엘 가보셔서 영세자명단 서류를 보셔요. 거기서 마리아에게 준 세례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거예요』
톰손씨는 증서를 지갑 속에서 꺼내 보여주며 감격해서 말했다.
『성모님은 소급력(遡及力)까지 가지셨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