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찌는듯한 날씨다. 한번쯤은 서늘한 바람이라도 불어줄만 한데 … .
오늘은 에누리없이 쨍쨍 땅을 뽁는다.
길가 점포 앞의 널찍히 자리한 모래무덤 위에 수박조차 여름을 시위하는것 같기에 밉살스럽고 짙은 그늘로 깊숙히 숨어버렸으면 좋겠다. 어쩌면 부들 이삭이 익는 못가에 낚시대를 담그고 이 짜증스런 시각을 잠시 잊어보고 싶다.
부들은 은대지방의 습지대에 자생하는 소재로서「기백」이란 꽃말을 갖고 있다.
형태가 단조로와서 공간을 특별히 살려주어야 하는 소재이며 그늘에 꺼꾸로 매달아서 건조시켜 드라이 소재로서 겨울에 그 이용도가 넓다. 특히 비구상 작품에는 더욱 매력있는 소재다. 백합과 함께 조용한 못가를 연상하며 분리형으로 꽂아본 동양꽃꽂이다.
어느해 여름, 냇가로 멱감으로 쏘다니던 꺼리낌없던 시절이 그립다. 손바닥만한 봉어가 몸을 스치고 벼랑위엔 노송이 유연한 자매로 고고히 버티어 서있고, 별이 영롱한 밤엔 금방이라도 선녀가 나려올듯한 … .
솔직한 이 계절이 더욱 풍요로운 꿈으로 채워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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