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김 말다와 김 루시아는 이 막달레나의 집안 네 식구와 함께 자진하여 포졸들에게 잡힌 사람들이다.
기해일기를 보면 김 말다를「부평집」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부평사람과 결혼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다는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않아 서울로 숨어와서 점장이 소경 이씨에게 개가하였다. 이 집에 원래 천주교를 아는사람이 있어서 그에게서 성교 얘기를 듣고 믿게되었다.
소경 남편을 여인 후에 말다는 그간 이단에 협조한 것을 후회하고 그 집을 떠나 의식을 돌보지 않고 이집 저집 교우집을 전전하여 지내다가 마침내 이 막달레나 집의 방 한칸을 얻게되었다. 그 후 기해년 오월에 박해가 일어나자 이 막달레나와 한가지로 자수하기로 결심하였다.
말다는 5차나 주뢰형을 받아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였지만 형상이 태연하고 대답이 한결같으므로 결국 형조로 이송되었고 거기서 또 한번 매와 문초를 받은다음 사형선고를 받았다. 6월 10일 서소문밖에 참수치명하니 때의 그의 나이 50세였다.
김 루시아의 부모는 외인이었고 서울 공덕에 거처하면서 15남매를 두었는데 루시아는 막내동이었다. 부친은 일찍이 세상을 떠났고 그때 그의 모친이 한 교우로부터 성교얘기를 듣게되었다.
모친이 아직 주모경밖에 익히지 못했을때의 일이다. 겨우 아홉살의 루시아가 하루는 어머니에게『엄마, 엄마가 나를 낳았지. 그러면 엄마는 누가 낳았지?』하고 물었다. 『할머니지』하고 대답했으나 루시아는 인류의 원조까지 질문을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는 말이막혀『난 아무것도 모른다. 내일밤 섬할머니가 오실터이니 물어보아라』고 대답하였다.
이튿날 그 할머니에게 루시아는 천주교 도리를 묻고 배웠다. 3일간에 읽는것을 배웠고 또 3일후엔 문답을 다 외웠다. 신부가 들어온 후에는 세를 받고 정하상의 누이동생 엘리사벳(역시 순교 복녀가 됨)이 대모를 섰다. 14세에 수정할 결심을 하게되었다.
모친이 살아있는 동안은 친정에서 지냈으나 모친을 여인후에는 조그마한 유산을 팔아 빚을 청산하고 장례비에 충당했다. 그리고는 의지할때가없어 이 아오스딩 회장 집 등 여러교우집으로 붙여다녀야 했다. 그간 2ㆍ3일동안 전혀 아무것도 먹지않고 지낸때도 있었다.
하루는 언니가 찾아와서 며칠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않은 것을 보고『이 놋요강을 팔아서 한번이라도 요기하도록 해라』고 권고하였지만 루시아는『오늘 이것을 팔아버리면 포졸들이 잡으러 올 때 그들에게 무엇을 팔아 신값을 줄 수 있겠습니까』고 대답하였다. 루시아가 항시 치명할 원의를 품고 있었음을 이 한가지 사실만으로 알 수있다.
김 루시아도 이 막달레나의 집에모인 다른 5명의 여교우와 한가지로 자원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때 김 루시아가 그곳에 거처하고 있었는지 또는 잠깐 다니러 왔었는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어쨌든 루시아는 자원할 결심을 하고나서 올캐인 황 마리아에게 자기의 남은 재산인 숨가락을 주면서『내겐 이제 소용이 없는 것이니 마음대로 쓰게. 그리고 올캐도 잡힐 차례가 되면 천주를 위해 치명할 기회를 놓치지말게』하고 당부했다는것이다. 포장은 우선 그의 미모에 관심이 끌려『너만큼 잘난 계집이 천주학을 한단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루시아는『과연 합니다』고 서슴치않고 대답했다. 『이제라도 배교하면 살려주겠다』『못하겠습니다』『혹독한 형벌을 해도 배교 못하겠는가』『장하에 죽사와도 우리 공경하는 천주는 배반할수 없습니다』『배반하지 못하는 연유를 아뢰라『천주는 천지신인 만물을 화성하시고 주재하시고 상선벌악하시는 대군대부이시라 만번 죽어도 배반할 수 없습니다』
계속하여 포장은『누구에게 배웠고 몇살부터 행하였으며 당은 얼마나 되는가. 시집은 왜 안갔고 영혼은 무엇이며 왜 죽기가 무섭지 않은가』고 물었다. 『아홉살부터 모친에게서 배웠사오며 성교도리에 살인을 엄금하므로 죽사와도 당을 댈 수 없으며 나이 20여세가 많은 것이 아니오 또한 혼인말씀은 처녀의 대답할 바가 아니므로 다시 묻지 마옵소서. 영혼은 눈으로 보지 못하는 신체요 죽기는 무섭습니다만 살려고 하면 천주를 배반하라고 하니 무서워도 죽으려는 것입니다』『영혼이 어디에 있느냐』『육신에 가득합니다』『너 천주를 보았느냐』『어찌 원방 백성이 임금을 보고야 믿사오리까. 천지만물을 보고 조성하신 대군대부를 믿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포장이 달래기도 하고 꾸짖기도 하다가 못하여 주뢰와 주장으로 위협도 해보고 포청옥에 가두기도 하는 등 백방으로 유인해 보았지만 루시아는 안색이 흔연하고 대답이 민첩하여 귀신을 접한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형조에서는 포청에 비교 형문이 더욱 무서웠으나 굳셈은 여전했다. 루시아는 문답한 말을 기록해서 여러번 교우들에게 보냈다. 또 옥중에서 굶주린 교우들을 위해 자신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털을 잘라 팔기까지 했다.
6월 10일 김 말다와 한가지로 참수치명하니 나이 22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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