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체대회는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교회 대표들과 신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예수님의 최후만찬의 실현인 「미사」의 참뜻을 되새기고 그 은총을 음미하는 축제이다.
세계성체대회는 가능한 한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교황이 선정하는 도시에서 개최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6년 3월 14일、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개최지를 한국의 수도 서울로 정해 공표했고 한국 주교단도 동시에 이 사실을 발표했다. 뒤이어 개최일자가 1989년 10월 5일(목요일)부터 8일(주일)까지로 결정됐다. 대회장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이고 준비위원장은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다.
세계성체대회는 특정한 주제를 내세워 개최되며、 성체에 관련되는 제반문제에 관한 강연회나 세미나、 각종 문화행사와 함께 세계교회가 모여 성찬례를 거행함으로써 그 절정을 이룬다.
제1차 세계성체대회가 1881년 프랑스 「릴」에서 열렸으므로 1백7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이 대회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193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33차 대회가 열린 바 있고、 1964년 인도 「봄베이」에서 제38차 대회가 개최됐다. 따라서 서울은 세 번째 개최지가 되고 개최국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24번째가 되며 극동지역에서는 처음이다.
■세계성체대회의 유래와 목적
세계성체대회는 1874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따미지에 여사가 성체와 관련된 기적이 일어난 성지를 순례하자는 운동에서 비롯됐다. 따미지에 여사는 성체수도회 창설자의 영향을 받아 하느님으로 부터 멀어져 있는 세상을 돕기 위해서는 성체께 대한 공식적인 조배를 끊임없이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많은 순례를 주선했다. 그러던 중 1881년 프랑스 서북부 「릴」에서 제1차 세계성체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교회는 사회로부터 몰리고 압박 받는 상태였다. 따라서 초창기의 성체대회는 신앙을 강력히 표명하는 기회가 되었고 신앙인으로서의 자기를 재확인하며 자신을 격려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의 성체대회는 주로 감실 안에 있는 성체를 흠숭하기 위해 성체를 현시대 위에 모셔놓고 빵 속의 그리스도께 대한 성체조배와 속죄기도에 주력했고、 행사의 절정을 이룬 것은 성체를 모시고 반나절씩이나 시가지를 도는 성체거동이었다. 모든 이가 같은 성체를 받아모심으로써 한 몸이 되어 나눔과 일치를 이룬다는 생각에는 비중을 적게 두었다.
이와 같은 세계성체대회는 1914년 제25차 대회까지 유럽 여러 나라에서 거의 매년 열렸고、 1910년 제21차 대회가 최초로 유럽지역을 벗어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됐다. 그 뒤 1ㆍ2차 세계대전으로 대회 개최가 오랫동안 중단돼 오다가 1952년 제35차 대회 이후부터는 간격을 넓혀 4ㆍ5년마다 한 번씩 열렸다.
세계성체대회가 10여 차례 개최된 이후 교황 삐오 10세는 대회의 방향전환을 모색했다. 그는 『성체대회의 목적은 그리스도 공동체 안에 미사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체조배나 흠숭은 성사적인 일치(영성체)에까지 연결돼야 한다. 성체흠숭의 모든 형태는 영성체로 이끌어야하고 또 영성체 위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씀은 초대교회 때의 성찬의 의미를 다시 회복하고 성체성사가 교회공동체의 일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성체대회의 발전에 획기적인 이정표를 제시했다.
그 뒤 1960년 서독 「뮌헨」에서 개최된 제37차 대회에서 세계성체대회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성찬례가 정점을 이루는 전환을 이루었다.
이때부터 대회의 중심은 성체거동이 아니고 모두가 함께하는 성찬례가 되었다. 또 세계성체대회는 단순히 대중이 모여 종교행사를 벌이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대회에 참석한 하느님의 백성 모두가 볼 수 있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라는 인식이 깊어졌고 하느님 백성의 참여와 결합 없이는 아무리 성체를 찬양해 봐야 무의미 하다는 인식이 새롭게 부각됐다.
■서울이 개최지로 선정된 의의
서울이 세계성체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배경은 바티깐의 세계성체대회 위원장 로씨 추기경이 지난 1986년 9월 8일 전 세계 각국 주교회의 의장에게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할 국가대표를 임명해 달라는 공한에서 잘 나타나 있다.
『젊고 활기차고 선교열이 있는 한국교회가 차기 세계성체대회 준비에 임하기로 홀연히 나선 것은 실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중략) 이번 대회는 한국의 1만 명 순교자가 피로써 증거한 그리스도 신앙을 온 세상에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 많은 순교자들 중에서 1백3명을 성인품에 올린바 있읍니다.』
이에 앞서 교황은 1984년 5월 한국 방문시의 연설을 통해、 조국이 분단된 한국은 분열된 세계를 상징한다고 언명함으로써 새삼 한국의 「위치」를 부각시킨 바 있다. 한국의 위치는 이념의 차이로 동서가 갈라서고 빈부의 차이로 남북이 갈라져서 상호 불신과 갈등을 빚으며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를 상징한다고 본 것이다.
교황은 이 말씀으로 한국이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최적지임을 은연 중 시사했다고 본다. 한 마디로 한국에는 세계교회가 기대와 희망을 거는 교회가 있고 한국 땅이 분열된 평화를 갈망하는 세계를 상징하고 있으며 한국교회가 세계대회를 개최할 만큼 성장했고 한국은 복음적 토양이 풍부한 비그리스도교국이라는 점이다.
■주제와 부제
주제는 우리나라 현실이 절실히 요청하고 있는 또 전 세계가 갈망하고 있는 「평화」에 초점을 맞추어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로 정했다. 또 이 주제를 3가지 차원에서 드러내면서 성찬의 전례가 지닌 핵심을 일깨워 부제로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너희는 이를 행하라」 「우리와 함께 머무소서」를 선택했다.
또 대회기간 중에는 날마다 그날에 지향한 표어를 정해 대회의 이념과 그날 행사의 성격 및 흐름을 드러내도록 했다. 10월 5일 표어인 「주님의 말씀을 따라」는 그리스도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자신을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면서、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라」는 그리스도의 명에 따라 응답하고 있다. 즉 주님의 만찬을 회상케 함으로써 대회의 개막 및 전야제의 성격을 드러나게 했다.
10월 6일의 표어인 「자기를 버리고」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자기를 버릴 때 평화가 가능하므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회상하면서 평화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자기 성찰과 회심을 통해 해답을 찾고 다짐토록 하고 있다.
10월 7일의 표어인 「모두가 벗이 되어」는 단순히 싸움이 없을 뿐인 소극적인 평화가 아니라 자연을 포함해 하느님이 창조한 모든 것이 조화를 모색하는 삶을 통해 해답을 제시토록 하고 있다.
10월 8일 「온누리에 참평화를」이란 대회 최종일의 표어는 참 평화는 「그리스도의 평화」임을 선언하면서 이 평화의 실현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짐하며 참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한마음 한몸운동
이 운동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깨달은 성찬의 깊은 뜻을 실제 삶과 연결시켜 생활로써 실천하려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우리 모두가 믿음과 사랑의 한마음 공동체가 되어 성찬의 신비인 나눔을 실천하고 그로 말미암아 그 신비를 더욱 깊이 인식하며 나눔을 위한 재원도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 형태는 헌혈 헌안ㆍ입양 결연ㆍ헌미 헌금 등으로 실시되고 있다.
<세계성체대회준비위원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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