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철

지칠 때 힘 되어 주시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인도해 주신 주님,

피난처 없어 외로울 때

영원한 안식처 되어 주신 주님

나의 삶 미천하고

믿음의 눈 흐리지만

당신은 모든 것 다 아시오니

생각과 말과 믿음의 샘을 채워주소서

당신으로 채우소서. 이 몸, 이 마음을…

『너희 목마른 자들아, 오너라

여기 물이 있다.

너희 먹을 것 없는 자들아, 오너라

돈 없이 양식을 사서 먹어라

값 없이 술과 젖을 사서 마셔라

어찌하여 돈을 써 가며

양식도 못 되는 것을 얻으려 하느냐?

애써 번 돈을

배부르게도 못 하는데 써 버리느냐?

나의 말을 들으며

맛 좋은 음식을 먹으며

기름진 것으로 푸짐하게 먹으리라

귀를 귀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나의 말을 들으라

너희에게 생기가 솟으리라』①

넘치는 사랑과

영원한 생명의 샘이신 주님

이 가슴에

생명의 샘 영원히 솟게 하소서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몸이요

내 피로 맺은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나를 기념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나 너희를 위하여 피를 흘리느니라』②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 주신 주님!

당신의 뜻을 모시고 받드는 이들로 하여금

땀이 나도록 꼭 쥔 것들과

목숨 걸고 매달린 일들에서

주님 위하여, 주님 때문에

놓을 수 있고

포기 할 수 있는 믿음을 주소서

이 세상 그 어디에도

피난처 없을 이 몸 맡기오니

홀로 있지 않게 하소서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빈 자리 그 곳에

당신으로 채우소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③하신 주님!

나의 생각과 모든 언행을,

나의 능력과 바라는 바 모든 소망을

작은 빵으로 변화시켜주시어

원하는 누구에게나 쉽게 먹히울 수 있는

작은 빵이게 하소서

주님의 그 한없는 사랑을 본받아

나눔으로써의 사랑을 배우고 실천케 하소서

새해 새아침

주님 앞에 무릎 꿇던 언약이

쉬지 않고 흐르는 강물 같은 시간 속에

방향 없이 떠돌지 않게 하소서

돌보지 않는 잡초처럼 시들지 않게 하소서

『당신의 한 몸 바치시어

유다인과 이방인이 원수되어 갈렸던 마음을

화해시켜 평화를 주신』④주님!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해 위대했던 사랑과

평화와 나눔의 성체성사로

갈린 마음 모으게 하소서

상처 준 마음 위로해 주소서

허기진 영혼 채우소서

눈 먼 자 인도하소서

스스로를 포기하고, 있는 것 모두를 나누며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임을 알리게 하소서

사랑하고 사랑하는 일만이

주님의 은총이요 평화임을 알게 하소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밀알이

한 이삭에 달려있음처럼,

많은 포도알이

향기로운 포도주를 이룸처럼

주님을 모시는 이들이 비록 여럿이지만

모두 한 마음, 한 몸으로

신비체적 삶을 살게 하소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내 주신

당신의 사랑, 성체의 사랑을 보았으니

목숨보다 소중한 피까지 나누게 하소서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향하던

그 믿음, 그 열망으로 살게 하소서

성체성년 1989년을…

순례의 길에 서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태양 빛이 밝아 보이는 아침처럼 살게 하소서

성체와 성혈 당신으로

이 몸, 이 마음 채우소서

註

①이사55,1~3 ②루가22,19~20

③요한6,25 ④에페2,14

사진 : 이광만

<한국 가톨릭 사진가협회 주최 제3회 전국공모전 대상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