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년 새 아침이 밝았다.
그러나 우리 도시빈민들에게는 새 아침의 밝고 설레임보다는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새해에는 강제철거가 없을까, 물가는 계속 치솟는데 어떻게 살아갈까, 셋방값이 자꾸 오르는데 어떻게 하나 하는 등 말이다.
1989년 새해에는 우리 교회가 좀 더 가난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올해 치르게 될 성체대회는 이러한 우리의 소망을 더욱 간절하게 한다.
또한 우리 도시빈민들은 교회가 점점 중산층화 되고 보수화 하는데 우려를 표명하며 교회가 좀 더 낮아지기를 촉구하다. 점점 물량화 되어가고 있는 교회의 풍조를 반성하고 진정으로 가난하고 낮아지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올해에는 우리 교회가 가난한 자의 편에 서서 이 땅의 정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난한 자들도 교회 속에서 소외 되지 않고 자기의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새해에 마련될 여러가지 정치적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에도 가난한 자들이 우선적으로 고려 될 수 있도록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이들을 선택하고 그들과 함께 하셨듯이 새해에는 한국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가난한 교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혜경<천주교도시빈민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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