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솔솔 불던 지난 10월 25일 오후 2시 수원소화국민학교 6학년 김준언(프란치스꼬ㆍ북수동본당)군과 양희연(루치아 ‧ 세류동본당)양이 수원교구청에서 교구장 김남수 주교님을 만났다.
두 어린이 기자를 환한 미소로 맞아주신 주교님은 손주들을 대하듯 시종 재미있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셨다.
- 안녕하세요, 주교님. 주교관에는 이번에 처음 들어오는데 나무가 무척 많군요. 나무를 좋아하시나보죠?
▲담배연기 때문에 나무를 키우죠. 저는 특히 푸른색의 나무를 좋아하는데 여기 있는 것은 8년 전 브라질에서 가져온 행운목이에요. 행운이온다고 그러죠.
- 그럼 주교님에게는 늘 행운이 따르겠군요.
▲그래요. 항상 행복하니 그게 행운이 아니겠어요?
- 궁금한 게 무척 많은데 우선 언제 신부님이 되겠다고 결심하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다섯 살 때였어요. 하루는 본당 신부님께서 저희 집을 방문했는데 밥상에 계란이 나오는 걸 보고 얼마나 군침을 삼켰는지 몰라요. 혹시나 신부님이 조금 남겨놓지 않을까하고 눈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야속하게도 깨끗이 드시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나도 신부님이 되어 실컷 계란을 먹어야지』하고 결심했죠. 결국 계란 때문에 신부도 되고 주교도 됐죠.(일동 웃음)
- 어릴 때 신앙생활은 어땠어요?
저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세례를 받았는데 신부가 되겠다고 생각한 후로는 미사 집전 흉내도 내고 가끔 감자로 어머니에게 성체를 준적도 있어요.
- 개구장이는 아니었는가요.
▲별명이 까불이였죠. 미사 중에 앞에 앉은 두 여학생의 머리를 몰래 서로 묶어 놓아 나중에 수녀님에게 크게 혼난 적도 있었어요.
- 공부는요?
▲국민학교 때는 뒤에서 등수를 세면 더 빨랐어요. 신학교 갈 때도 우리본당 지원자 7명중 꼴찌로 들어갔죠.
졸업 때는 내 앞의 우등생이 중도에 그만 뒀기 때문이 1등을 할 수 있었죠.
- 주교님은 머리카락이 별로 없어 혹시 빨간 모자(주교모자)가 미끄러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되는데….
▲하하 그럴 걱정은 없어요. 그래도 뒷 머리카락이 남아있어 잘 미끄러지지는 않아요. 참 제 별명이 대머리 총각인 것은 잘 모르죠? 올해 65세인데 아직도 총각이잖아요.
- 늘 느끼는 것인데 신부님들은 왜 사제복(로만칼라)을 잘 안 입으시죠?
▲요즘은 많이 나아졌어요. 제 생각인데 아마 사제복을 입고 운전하면 교통순경들이 잘 봐줘서 그런 것 같아요. (일동웃음)
- 저(김준언군)도 신부가 되고 싶은데 간혹 기도하기가 싫고 성경읽기와 미사참례도 싫어질 때가 될 수 있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죠?
▲조금씩 귀찮을 때면 다시 한 번『나는 신부님이 되겠다.』고 생각해봐요. 그리고 성경도 너무 많이 읽지 말고 매일 조금씩 읽는 습관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재미가 있게 되죠.
- 주교님들의 생활은 무척 화려한 것 같은데 하루 생활은 어떻게 보내시죠?
▲사실 화려하죠. 그렇지만 밥도 한 그릇 밖에 안 먹어요.
(웃음)저는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기도하고 미사집전하고 번역을 하죠. 그리고 오후엔 주로 바깥일을 많이 보게 되는데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빠요.
- 그렇군요. 오늘도 바쁘신데 저희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교님,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 주셨으면 해요.
▲좋아요. 노력해 볼께요. 모두들 착하고 건강하게 살아나가길 기도하겠어요.
구수하게 이야기를 해 주신 주교님은 어린이 기자를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은으로 만든「교황님 패」를 선물로 주시고 일일이 악수를 청하셨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