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안 난다고 무시하는 경향
어느 고백소 안. 고백이 끝난 할머니에게 사제가 물었다.『할머니, 주의 기도 할 줄 아세요?』『그런 거 몰라요』『그럼, 성모송은요? 』『그것도 몰라요』 어떤 보속을 주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사제는 얼떨결에『삼종기도는요?』하고 말았는데『예, 알아요.』라는 대답이 시원스럽게 나오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서『할머니, 지금 한번만 해 보세요』했더니『땡, 땡, 땡』하더란다.
삼종(三鐘)은 이렇게 종을 세 번 친다는 뜻이다.
세 번씩 세 차례 종을 친 후 마지막에는 여러 개의 종(하나뿐인 곳도 많지만)들을 함께 연타한다. 그 이유는 삼종소리를 들으면서 바치는 삼종기도가 3번의 계ㆍ응과 마무리 기도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삼종은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시에 친다. 하루 삼종기도를 세 번 바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도 때도 없이 종을 쳐대고 기도한 답시고 한밤 중에 모여 고함도 쳐대고 울며 땅도 함께 쳐대는 바람에 교회 종소리가 소음공해로 몰린 적이 있었다. 이 바람에 얌전하게 쳐오던 성당 삼종 소리도 공해누명을 뒤집어쓰고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이젠 성당을 지어도 아예 종을 달 생각도 않든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도 묘하게 달라져 가고 있다.
그 옛날 어디서나 삼종소리가 들리면 신자들은 일을, 또는 이야기를 중단하고 경건하게 기도하던 풍습이 사라지고 마치 삼종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삼종기도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으로 편할 대로 받아들이니 말이다. 이런 현상을 사라진 종소리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삼종소리는 삼종기도를 하도록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뿐이다. 우리가 종소리 없이도 세끼 밥을 잊지 않고 챙겨먹듯이 신앙인, 성숙한 신앙인은 종소리 없이도 삼종기도를 잊지 않는다. 종소리는 사라져도 삼종기도의 깊은 가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만큼 세월이 흘렀으니 공해의 누명을 벗고 다시 삼종소리를 울릴 방도를 생각해 볼 직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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