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창조행위로 전능 드러내
1. 하느님께서 무(無)로부터 세상을 존재에로 부르신다는 창조에 대한 진리를 깊이 생각하면 우리 신앙의 눈은 창조에서 전능과 지혜와 사랑을 드러내시는 창조주 하느님을 바라보도록 재촉 받습니다. 창조주의 전능은 무로부터 피조물들을 존재에로 부르는 데서도 드러납니다. 『만일 주님이 원하시지 않으셨으면 무엇이 스스로 부지 할 수 있겠으며 그 분이 불러주시지 않은 것이 어떻게 스스로 연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혜서 저자는 묻습니다(11, 25).
2. 전능은 하느님 자신과 다르고 동시에 서로 간에도 다른 존재들에게 존재를 부여하시는 하느님의 사랑도 드러냅니다. 그 분이 존재를 부여하시는 실재는 창조의 존재 전체에 배어들어 있습니다. 창조한다는 것은 준다는 것(특히 존재를 부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주는 자는 사랑합니다. 지혜서(11, 24)저자가 다음과 같이 부르짖을 때 이것을 말하는 것 입니다『주님은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주님이 만드신 그 어느 것도 싫어하시지 않는다. 주님이 미워하시는 것을 만드셨을 리가 없다』그리고 덧붙여 말합니다.『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은 모든 것이 그 분 것이기에 모든 것을 용서하신다. (아끼신다)』(11, 26)
창조는 사랑의 작업
3. 하느님의 사랑은 사심 없는 사랑입니다. 그 사랑의 목적은 오로지 좋은 것이 존재에로 나와 지속되고 그 자체의 활력에 따라 발전하는 것입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모든 것을 뜻 하신대로 이루시는』(에페소 1, 11)분 입니다. 창조사업 전체가 구원계획에,『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과거에 감추고 계시던 신비』(에페소3, 9)에 속합니다. 세상과 특히 인간 창조의 행위를 통해서 구원계획이 실현되기 시작합니다. 성서가 여러 번 언급하고 있듯이(보기, 잠언8, 22~36참고)창조는 사랑스러운 지혜의 작품입니다.
따라서 창조에 대한 신앙의 진리는 우주를 순수우연과 필연에로 환원시킬 수 있는 물질의 진화결과로 보는 유물론적 철학이론과 근본적으로 대립됩니다.
성자성령의 능동적 역할
4. 아우구스띠노 성인은 말합니다.『하느님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통해 창조주를 보는 우리들은 우리 마음을 들어 올려 성삼(聖三)을 관상할 필요가 있다. 피조물은 어느 정도의 적절한 비율로 성삼의 표를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삼위일체론, 10, 12).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창조주 안에 세계가 그 기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신앙진리입니다.
비록 창조사업을 특별히 아버지 하느님께 귀속시키기는 하지만-이것을 신경에서 우리가 고백합니다(『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유일하고 분리시킬 수 없는 창조의「원리」라는 것도 신앙진리입니다.
5. 성서는 이 진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인해 줍니다. 무엇보다 먼저 아버지와 본체가 같으신 말씀, 아들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시편의『야훼의 말씀으로 하늘이 펼쳐지고 』(33, 6)라는 설득력 있는 구절처럼 구약에 이미 몇 개의 의미심장한 참고사항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한 처음, 말씀이 계셨다. 그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세상이 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다』(요한복음1, 1~3, 10)는 요한의 서언에서처럼 그것은 신약에서 완전히 명백해지는 말입니다. 바오로서간들은 모든 것이『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만들어졌다고 선포합니다. 성 바오로는 사실『주님은 예수그리스도 한분이 계실뿐이고 그분을 통해서 만물이 존재하고 우리도 그분으로 말미암아 살아갑니다.』(1고린토8, 6)라고 말합니다.
골로 사이 서에는 이렇게 나옵니다.『그리스도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이시며 만물에 앞서 태어나신 분이십니다. 그것은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 곧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모두 그분을 통해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만물보다 앞서계시고 만물은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속합니다.』(1, 15~17).
그리스도는 창조인(創造因)이며 목적인(目的因)
바오로사도는 창조인(그리스도를 통하여)이미 그 목적인 (그리스도를 위하여)으로 서의 그리스도의 능동적 현존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이 주제에 다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히브리서 역시 하느님께서 아들을 통하여『온 세상을 창조하셨으며…그 아들은…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보존하시는 분이십니다』(1, 2~3)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주목합니다.
6. 그래서 신약, 특히 성 바오로와 성 요한의 글들은『야훼의 말씀으로 하늘이 펼쳐지고』 (시편33, 6)라고 구약에 이미 나오는 「지혜」와 창조적 「말씀」에 대한 언급을 심화시키고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들은 그 창조적인 「말씀」이『하느님과 함께』 계셨을 뿐만 아니라『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고』 또한 바로 아버지와 본체가 같으신 아들로서 그 말씀이 아버지와 결합되어 세상을 창조하셨으며『세상이 그분을 통해서 생겨났다』(요한1, 10)는 것을 분명히 해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은 그「말씀」의 위격(hypostasis)과 관련되어 창조되었음도 명백히 해줍니다.『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골로사이1, 15)이신「말씀」은『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며 하느님의 본질을 그대로 간직하신』(히브리1, 3참고)「영원하신 아들」이시며 만물이「아들-말씀」안에 창조되어 시간 속에 피조물의 세계가 무로부터 존재에로 부름 받아 『하느님 밖에』 있게 된다는 뜻에서『만물에 앞서 계신 분』(골로사이1, 15)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요한1, 3)는 것입니다.
피조물은 성삼의 자취 지니고 있어
7. 따라서 계시는 우주의 「논리적 (말씀Logos에서 나온 말)구조와「형상적」(형상, 아버지의 형상Eikon에서 나온 말)구주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부들 시대부터 창조된 세계가 그 자체 안에『성삼의 자취들』 (Vestigia Trinitatis)을 지어 왔습니다. 그것은 아들을 통해 성령 안에서 이루신 아버지의 작품입니다. 창조 속에는「하느님의 지혜」가 드러나 있습니다. 그 속에는 위에 언급한 피조물의 2중 구조「논리적-형상적」구조가 선물(주심)의 구조에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개개 피조물들을 창조주가 우리 지성에 노출되는『「말씀」의 말들』일뿐만 아니라「선물」의『선물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안에 영이신 창조주, 성령의 날인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우주)을 지어내셨다…그리고 그 물위에 하느님의 영(기운)이 휘돌고 있었다.』(창세기1, 1~2)고하는 창세기 첫 구절에 이미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까? 비록 애매하긴 하지만 우주의 최초「시작에 나오는 성령의 활동으로 말할 수 있는 이러한 언급은 그것을 신약의 완전한 계시에 비추어 읽는 우리에게는 대단히 의미심장하게 보입니다.
8. 창조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아들-말씀 안에『창조된』세계는 아버지와 아들과 본체가 같으신 성령,「창조되지 아니한 선물」을 통해 아들과 더불어 아버지에게 「되돌려」집니다. 이렇게 해서 세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영이신「사랑」안에 창조됩니다. 영원하신「사랑」이 껴안고 있는 이 우주는 성삼께서 시간의 시작으로 선택하신 그 순간 존재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세계의 창조는 사랑의 업적입니다. 창조된 선물인 우주는 아버지와 아들의 주고받는 사랑인「창조되지 아니한 선물」로부터, 지극히 거룩하신 성삼으로부터 솟아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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