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경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린다. 이렇게 한밤중에 걸려 오는 전화는 대부분 불길한 소식인 경우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또 임종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잠결에 전화를 받은 박태희(모니까ㆍ69ㆍ서울봉찬동본당) 할머니는 별로 귀찮은 기색도 없이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급히 집을 나선다.
이름 없이 죽어간 한 영혼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상가돌보기를 통해 20여 년간 3천여구의 시신을 정성껏 거두어온 박 모니까 할머니. 7순데 접어드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젊은이 못지않은 밝은 눈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손과 발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주특기인 시신 거두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건강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이 건강이 다할 때 까지 열심히 교회 일을 하겠다는 마음뿐이다.
박 모니까 할머니가 애령사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9살 때 남편을 여의고 혼자의 힘으로 두 아들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고생스럽게 집안 살림을 꾸려온 모니까 할머니는 두 아들이 대학을 마친 후인 45살에 교회 문을 두드렸다.
62년 대구 계산동본당에서 영세한 모니까 할머니는 뒤늦게 하느님을 알게 된 기쁨에 감사하며 레지오마리애 활동 등 교회 일에 열심히 참여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누님인 김 막달레나씨를 따라 상가방문을 하면서 연도하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 수의 만들기ㆍ입관 예절 등 장례절차를 모두 익힐 수 있었다.
아들을 따라 서울에 올라와서도 모니까 할머니는 천호동본당을 거쳐 현재 봉천동본당에서도 이미 익힌 실력을 발휘, 10여 년간 살고 있는 봉천동에서만도 2천여구의 시신을 거두었다.
『20여 년 전 처음 시신을 대할 때 고 전혀 무서움을 몰랐다』는 모니까 할머니는 남들은 시신 곁에 가까이 가는 것을 꺼려하며 냄새가 난다고 싫어하지만 자신은 어쩐 일인지 시신 냄새도, 두려움도 모르겠다며『아마 이 일로 봉사하라는 것이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은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본당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임종자가 발생하면 으례 박 모니까 할머니에게 연락이 온다. 장의사도 당황을 해 모니까 할머니께 연락을 줄때가 있다고. 시신거두기 뿐 아니라 상가에서 2ㆍ3일씩 머물며 조문객을 뒤 치닥 꺼리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세를 준 경우도 수없이 많으며 자신의 손으로 시신을 거둔 영혼을 위해서는 꼭 기도를 하고 있다고.
박 모니까 할머니의 밤낮 없는 상가돌보기를 통해 알게 모르게 영세 입교한 이들도 많다는 주위의 얘기이다.
봉천동본당「평화의 모후」쁘레시디움 단장이며 봉천11동 반장이기도한 모니까 할머니는 반 모임과 레지오 주회 때에도 틈이 나면 연도와 입관예절 등에 대해 설명하곤 한다. 집에서 쉴 여가도 없이 지칠 줄 모르고 극성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박 모니까 할머니를 봉천동본당 주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더 늙기 전에 자신이 익혀온 수의 만들기, 입관 예절 등을 가르쳐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는 모니까 할머니는『요즘은 장례절차가 정성도 없는 것 같고 너무 간소화한 것 같다』고 안타까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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