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본당 정용택(그레고리오ㆍ32)씨는 지난 10월 21일 처음 시신(屍身)을 염해본 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 5분간은 싸늘한 촉감과 매캐한 냄새 때문에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입관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오니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매일 매일을 충실히 살아야하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본당 연령회에 가입한지 5년, 그 동안 거의 빠짐없이 장례예절을 지켜봤지만 막상 첫 염습(殮襲)의 느낌이 이토록 강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정씨는 새삼 연령회원들의 열정적 봉사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정씨의 표현대로 연령회원들의 봉사정신은 가히 열정적이다. 코를 찌르는 냄새도 아랑곳없이 시신을 정성스럽게 씻기는 모습, 밤새도록 흐트러짐 없이 연도를 바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일종의 감동마저 느끼게 한다. 아무런 댓가 없는 순수한「헌신」이 아름답게 비취지기 때문일 것이다.
임종순간에서부터 하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례절차를 도와주고「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를 봉헌하는 연령회. 전국 6백 90여 본당에 조직돼 방대한 규모를 갖추고 있는 연령회는 교회 신심활동단체의 대표자로서 본당에 따라 최소 10명에서 최고 8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과거 노인중심의 활동에서 최근 중ㆍ장년층 신자들의 참여가 크게 늘고 있는 연령회는 연령층의 다양화에 따라 더욱 활성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령회는 연고가 없는 행려자의 시신을 거둬 장례를 치러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염가로 장의용품을 구입해 주는 등 적극적 봉사활동을 전개할 뿐 아니라 회원들의 정성은 선교의 결실로 나타나는 등 봉사와 선교의 양면을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고 있다.
78년 할아버지의 임종을 도와준 본당 연령회원들의 정성에 감복, 영세입교하게 됐다는 서울 금호동본당 양관원(안드레아ㆍ49)씨는『천주교와는 아무 인연이 없었던 우리 가족들에게 지극한 정성을 베풀어준 연령회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비록 직접적으로 입교를 권유하지 않았지만 절로 천주교에 호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양씨의 이야기처럼 연령회는 순수봉사로 많은 미 신자들에게 입고의 문을 열어왔지만 최근들어 이권을 둘러싸고 약간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곳도 있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그것은 연령회 회원 중 장의사를 차리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지나친 경쟁이 유발되고 있기 때문. 또한 순수 봉사만을 지향하던 회원들의 의식도 변화, 댓가를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그 원인의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사회복지회 선종봉사회 김용식(미카엘ㆍ62)회장은『연령회가 직접 장의사를 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일반 장의사들의 생업을 위해서도 본당 연령회가 장의용품을 취급하는 사례가 줄어들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하면서『연령회는 순수 봉사단체가 되야 하며 그것이 이뤄질 때 자연 선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월 위령성월을 맞으면서 많은 연령회 관계자들은 연령회의「장의 사화」현상은 신자들의 노력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보다「순수하고」「헌신적인」봉사활동이 이뤄질 수 있음을 자신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