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마다 교도소를 찾으면 스테파노와 함께하는 시간이 교도소 사목의 거의 절반이다. 세례받기 전부터 나중에 세례를 받을때의 본명을 편의상 처음부터 사용해왔다. 스테파노는 그만큼 영세준비가 철저하였다. 여러차례의 상담을 통해 스테파노는 무척 얌전했으며 거의 말없이 과묵한 편이었다. 만날 때마다 스테파노의 이야길 듣는것보다 나의 일방적 이야기로 일관하곤 했다. 웃음을 머금고 꾸벅 고개로 인사하면 그 이상의 말이나 행동이 없었다. 도대체 스테파노는 어떤 인간이었을까. 3~4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의 모 여관에서 동침중인 신혼부부 살해사건의 주인공이었다. 이유는 간단히 말하기 힘들지만 가난과 돈 때문이었던 것 같다. 너무나 엄청난 범행이었다. 이 같은 무서운 범행을 연상하면서 마주앉은 스테파노를 보노라면 이 같은 끔찍한 살인죄를 어떻게 저지를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악기가 없는 온순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피치못할 환경이 있을 것이다.
개인 차에서 수반되는 이 특수한 개개인의 환경을 하나의 획일적인 환경으로 처리한다면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금전과 물질의 노예가 되어 돈앞에는 오금을 펴지못하는 하루살이 인간들의 무리가 범죄의 간접적인 배경을 이루고 있는것이다. 물질에 대한 바람직한 질서가 이루워지지않는 이상 사회적 범죄를 근절시키기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테파노, 오늘 무척 피곤해 보입니다. 어디 몸이라도 불편한데가 있는지』
『신부님 건강합니다. 어제 저녁 잠을 잘 자지 못했습니다만』
『그래서 피곤해 보이는 모양이지요. 모든 것 잊어버리고 밤에는 잠을 잘 자야합니다. 잠자기 전 일단 저녁기도를 바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누워 잠을 청하면 훨씬 잠 이루기가 쉬울 것입니다. 스테파노, 하느님은 분명히 존재하십니다. 경험의 세계에는 이해가 어려운 하느님을 볼 수 있고 확인되는 하느님의 자격으로 세상을 찾으신 분이 우리가 깊이 신앙하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세상을 찾으신 것은 스테파노를 사랑하고 스테파노의 무거운 잘못을 용서하기 위함입니다. 아마 그리스도께서는 스테파노의 잘못을 용서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인간 구원을 위해 인간을 찾으신 거대한 역사적 순간은「베들레헴」고을 가축사육을 위해 마련한 마굿간의 말구유입니다. 너무 초라하고 허술했기에 아무도 그리스도의 탄생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더이상의 비천한 환경을 선택못할 정도로 그리스도 자신을 낮추고 낮추어서 당신 탄생의 환경을 만들었지요
스테파노, 알아 듣겠습니까?』
『신부님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흔히 느낀 일이지만 이때도 마찬가지로 스테파노의 긴장과 피곤이 엇갈린 얼굴 표정! 아마 너무 흥분했던 지난날의 악몽의 장면들이 떠올라 전신을 얼어 붙게하는 공포의 표정인것 같기도 하다.
『신부님, 신부님의 말씀을 성의껏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마음의 괴로움은 더 심해갑니다. 신부님, 제가 왜 사람을 죽였는지 제 자신도 잘 모를 일입니다. 나로 인해 세상을 떠나신 그분들은 하느님께서 어떻게 결정하셨겠습니까?』
마치 신음하듯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린다. 너무나 불쌍했다. 이제 겨우 성인(成人)이 된 나이,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운명의 장난이 또 있을수 있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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