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마냥 바람을 갈구했던 더위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나? 어디라도 날아가고 싶도록 상쾌한 바람을 몰고 온 입추는 마음좋은 시골 아낙네같다. 벼 이삭이 허리춤을 넘도록 넘실대는 파도속으로 지친 매미소리마저 잠길려 한다. 뽀뿌라 곧은 신작로라도 긴 치마에 휘파람 일으키며 끝없이 걷고 싶어라.
요즘 깜직한 모습으로 푸짐한 소재가 과꽃이다. 당나라 어느 미망인의 열녀로서의 정절을 말하는 이 꽃은 일명「추금」「당국화」라고 불리워지며 꽃말은「추상」원산지는 중국 만주 한국의 백두산 등 추운곳에서 이른 가을에 피며 아주까리 강아지풀 억새갈대 마타리동과 잘 어울리며 서구식 꽃꽂이를 하면 탐스럽고 소품을 하면 귀엽다. 야산의 굽은 솔과 양마의 마른열매와 곁들여 꽂힌 이 작품은 동양꽃꽂이로서 직립응용 제1형이다.
바람부는 산모퉁이를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에 등산길에서 주어온 작은 돌이라도 곁들여보면 더욱 운치가 있다. 시달린 지난 여름이지만 다시는 뭇을 시간인지라 아쉬운 마음이 죄스럽다. 못다한 일 해야할 일을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차근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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