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 시인이 거의 평생을 두고 작업한 우선 양적으로 방대한 작품의 세계를 한정된 지면으로 음미해보고, 평가하고 나아가선 그 속에 담긴 심오한 상상이나 가치를 캐고 찾는다는 것은 대단히 경솔한 일이요, 어찌보면 불가능한 일에 속하는지도 모른다. 한 시인이 한편의 시를 위하여, 단 한줄의 시귀를 위하여, 하이덱가가「존재의 집」이라고 부른 그와같은 시어를 찾기위해, 얼마나 피나는 창조의고 뇌를 겪는가 하는 점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이 선집에 담긴 시만을 평가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고 말하지 않을수 없다. 이와 같은 대전제를두고, 따라서 여기선 본격적인 가치평가 작업보다는, 「구상 문학」의 이해를 돕는일에 그칠까 한다.
역시 구상 문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것은 시라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 시문학사에서 그의 시의 존재이유나 가치를 논할때, 먼저 들어야할 것은 그의 시가 해방 이후부터 그릇된 이해 밑에서 하나의 문단적 세력의 힘으로 인해 거의 주류처럼 흘러온 이른바「순수문학」의 테두리안에서의 토속적 및 풍월조ㆍ 주정적인 시에 대한 하나의 반역으로 존재이유나 가치를 형성해 왔다는 점이나ㆍ 본시 순수시란 말은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와 같은 시학과는 관계없이 무엇이 한국적인 서정이나 검증도 없이 막연히 한국적인 서정이란 이름밑에 비정치적 비현실적인 정서 위주의 시를 두고 순수시라고 부르는 경향이 많았고 나아가선 그것만이 시이고 다른것은 마치 시가 아닌것처럼 여겨왔던 것이다.
거기에대해 구상의 시는 역사적 현실속에 벌어진 삶 자체를 두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의 진실을 저나름대로 얘기하고 국제감각과 함께 시대마다 정치 및 경제적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뇌 슬픔 사랑 그 전체를 안고 씨름하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그의 시에 있어서 한마디로 현존재(Daㆍsein)가 가장 중요한 생의 장이요.
언제나 삶의 한복판에서 이웃과의 연관을 갖고 선택된 어른과 한계성을 지닌 다듬어진 언어보담 실제로 삶의 현장을 알려주는 모든계층의 일상대화와 때로는 가장 진실의 표현일 수도 있는 쌍소리 욕지걸 등 속어마저도 대담하게 시어로 삼고 있는데 시의 특색이 있으며 동시에 풍월조의 시에 대한 일대 반역정신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여기서『죄많은 곳에 은혜가 깊게 작용한다』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인용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구상은 시궁창의 현실속에 뛰어들어서 그곳에 버려진 버림받았거나 학대받은 사람들의 가식없는 언어를 통해 오히려 가장 진실한 인간의 사랑을 그 자유를 때로는 구원마저 읊고있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그는 어찌보면 시 아닌것 같은 대담한 시를 쓰고있다고 말할수 있다.
그것은 해방후 공산치하에서「의향」필화사건을 일으킨 초기시「여명도」에서부터 시작하여 동족상쟁의 세기적인 비극속에서 이긴 자도 진 자도 없이 5천년 동안 살아온 이 땅의 모든 백성들한테 양식과 젖을 공급해준 국토가 하루아침에 초토가 되었을때. 그리하여 그 초토 위 부끄러운데를 가릴것 없이 전통적인 모든 윤리가치가 무너진 그 속에, 모두가 정신적으로 불구가 되었거나 명문의 딸들이 양공주로 전략해간 처참한 현실의 삶을 읆은 시집「초토의 시」에 이르는 시작 전체를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