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원 신부서울대교구(안식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 가는 한국인들의 여정을 소개한 영상 한 편이 지구촌을 감동시키고 있다. 마스크를 못 사는 이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손수 바느질해 만든 마스크를 기부한 할머니, 자발적으로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국민들, 현장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우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의사·간호사 등등이 소개된다. “어느 날 몹쓸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가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게 된 시절에도, 어려울 때면 공동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던 이 이상한 나라 사람들은 이번에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라고 전한다.
한국인은 어디서 이러한 놀라운 특성이 나오는 것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수많은 위기를 견디어내고, 반복되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역경을 헤쳐 나가면서 생겨났다. 과거 시련의 역사를 통해 정신적인 그리고 영적인 강한 면역체계가 서서히 생겨난 것이다. 이 면역체계는 충실성과 유연성이 합해짐으로써 생긴다. 한국인은 위기 때마다 함께 극복할 친구를 새롭게 끌어내고, 당면한 문제를 재구성하고, 견디어낼 결심을 하면서 생존해 왔다. 역경, 외상, 비극, 위협들에 맞서 잘 대처해 왔으며, 슬픈 상처에서 회복되고 고통스러운 좌절에서 다시 원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여러 번 놀라는 일이지만, 치유하고 성장하고 더 강해졌다. 그리고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자발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맞서면서 가족 안에서, 그리고 시민 공동체와 믿음 공동체는 이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부정적인 경험들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국인이 고통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이러한 능력이 없었다면, 똑같은 고통의 역사를 반복하며 퇴보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인은 인간애와 공동선이라는 목표에 몰두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이상들이 위협을 받으면 기꺼이 저항하고 되받아 싸우며 방어한다. 직면하는 문제들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며, 일련의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들을 견딜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이로움을 얻고 역경을 유익한 것으로 바꾼다.
지금 한국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어려움에 효과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방해가 되는 장애들을 극복할 수 있는, 부정적인 환경 한복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불행한 상황을 유익한 것으로 바꾸는 위대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을 인내력과 담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신종 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이다. 상처에서 점진적으로 치료되고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극복하며 초기의 안녕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어려움이 여전히 앞에 놓여 있어도 계속 나아가며 헌신할 것이다. 고뇌와 고통의 경험을 공동체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 바꿀 것이다. 외상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변화와 공동체의 성장을 이룰 것이다.
함께 한 고통, 존중받은 고통은 참을 수 있는 고통이 된다. 나눔과 존중받는 환경에서, 고통을 말함으로써, 자신의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고 완화시킬 수 있다.
십자가상에서의 예수님께서는 고통이 삶의 줄거리 가운데 일부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유한한 인간에게, 그리고 덧없는 것들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틀림없이 절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는 십자가를 통해 고통을 견디어 내며 생명을 바쳐서라도 어떤 궁극적인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고통은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헌신하는 삶에서 늘 따라 오는 것이다. 성경은 삶과 죽음, 잃음과 얻음, 고통과 구원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때, 고통을 완화시키고 고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심리적인 그리고 영적인 면역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
■ 주님, 지금 어디에 계시는 거죠? / 여영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