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의 교도소 생활은 얼굴모습 그대로 얌전하고 조용했다. 생활이 타에 모범이 된다고 교도소에서도 칭찬을 듣고있는 모양이다.
요즈음 분명히 스테파노의 마음안에 대단한 변화가 온것 같다. 사실 이미 주어진 죽음의 엄숙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운명에 놓여있기에 어찌할 도리도 없는 것이 분명하다.
『스테파노, 환절기에 특별히 감기조심해야 합니다.
봄철이라고 건강에 소홀해서는 안됩니다』『신부님, 노력합니다. 이렇게 항상 따뜻하게 걱정해주시니 진정 감사합니다. 교도소 생활은 이제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신부님, 저는 매일 성경책을 읽고 묵주의 기도를 하지만 마음의 괴로움은 그 어느때보다 더 심합니다. 물론 신부님과 이렇게 귀한 시간을 가지기 전에는 나의 마음은 번민으로 가득했고 단 한번도 잔잔한 평온을 누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어느정도 마음이 진정되고 삶의 보람을 찾은 듯 했습니다.
마음은 평화로웠고 나의 뇌리를 괴롭혔던 모든 과거가 하나하나 잊혀져 갔습니다. 한동안 저는 난생 처음으로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기도하고 모든 것을 다 주님께 바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큰일났습니다.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기도도 성경읽기도 모두 귀찮습니다. 억지로 합니다. 지금 심정같으면 이렇게 억지로 하는것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 때문에 세상을 떠나신 그분들의 원망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밤이 되면 잠을 못 이룹니다.
모든 과거가 뒤범벅이 되어 되살아납니다. 신부님 좀 도와주십시요』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나 괴로운 심정이겠는가. 평소 열심히 듣고 들은대로 실천할려고 노력하던 그가 무척 다급한 모양이다. 『스테파노의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을 잘 알겠습니다. 또 한번의 무거운 고통을 감당해야 합니다. 실망하지 말고 힘에 겨운 일이지만 지난날의 과거를 잊어야 합니다. 스태파노, 마음의 번민을 말끔히 정리할 용기가 없다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십시요, 당신이 저지른 엄청난 잘못도 비겁하고 잔인한 방법이었지만 더 나은 삶을 얻고자 발버둥친 것도 사실이잖습니까』스테파노는 고개를 떨어뜨린채 어깨는 약간 경련을 일으킨다.
나의 말이 스테파노의 마음을 아프게한 것 같았다.
『스테파노, 지난날의 일들을 잊어버리고 앞으로의 살 길을 연구해 봅시다. 불행했던 그때 오히려 하느님은 당신 가까이 계셨습니다 지금의 이견디기 어려운 번민에도 그리스도는 멀리 계시지 않고 곁에 현존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에서 부활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스테파노를 죽음에서 소생시키는 희망찬 약속입니다. 스테파노에 의해 세상을 떠나신 그분들의 죽음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진실속에서 해결될것입니다. 오로지 그분들에게 끼쳐드린 잘못을 갚는 길은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신앙하면서 참회와 뉘우침의 길밖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과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인간은 나약한 존재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잘잘못의 경중은 하느님 안에서는 별로 차이가나지 않습니다.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자세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가가 중요합니다』
고개를 푹숙이고 듣고만 있던 스테파노는『예, 알겠습니다. 아직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너무나 약한 탓인가 봅니다. 신부님 명심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실은 신부님을 몇 주 뵙지 못한 탓으로 저의 신앙은 바람앞에 등불처럼 불안했습니다. 이 시간은 항상 기쁨과 기다림으로 가슴 설레게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믿음이 굳어져 갑니다. 믿음이 튼튼히 다져진다고 하는 간절한 희망을 걸고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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