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밭 모퉁이에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꽃밭, 꽃밭이라기 보다 아무렇게 나딩굴던 돌맹이와 흙으로 돋우어진 어설픈 잡초밭이라는게 좋겠다. 길게 목을 뽑아 올려 외로운듯 피는 옥잠화가 나붓이 몸을 젖힌 잎에 쌓여 더욱 돋보인다.
아기자기한 모습의 바아베나와 생강초, 그리고 곧게솟은 수대자의 모습이 섬머슴애 같이 껑충하다.
가을은 꽃밭에서부터 오는가? 그 위를 날으는 한가로운 잠자리의 늘음을 보노라면 늦 더위도 잊은양 등심은 푸른하늘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멀리 끊일듯 들려오는 매미소리도 지쳤다. 어디에선가 포뿌라잎을 뒤흔들며 삼베등지기속의 땀을 앗을 바람이 불어 올려나 …
꽃의 모양처럼 꽃밭이「단단한 일가」라는 바아베나는 원산지가 브라질이며 밀밭침용이나 식탁꽃으로 서양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수대자는「주상」이라는 꽃말과 더불어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며 옥잠화는「추억, 고독」이라는 꽃말과 중국ㆍ한국이 원산지인 꽃이다. 이 꽃은 꽃과 잎을 따로 쓰며 특히 따리아동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생강초는 자르면 우유같은 액이 줄기에서 나온다. 이 소재는 에데르성체질을 가진 사람은 특히 주의하여 만져야 함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이와 같이 다양한 소재들 제마다의 개성을 살려주면서 조화시킨다는 일은 여간 까다롭지 않지만 기본형의 딱딱함을 변화시키기 위해 꽂아봄은 꽃을 꽂는 즐거움에서만 느끼는 독특한 기쁨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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