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
6월 14일 성당의 외부공사는 끝났다. 이제 한편에서는 마루를 놓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붕에 물결무늬의 함석판을 놓기 시작했다.
6월 16일 성체성혈 첨례. 두 번째 미사 때부터 성체 강복 때 까지 성체현시. 정오까지는 여교우들이, 정오부터 3시까지는 남 교우들이 성체조배를 하다. 4시 반에 수녀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견진성사를 주다. 이들 견진성사자 중 몇 명은 바로 오늘 오전에 첫 영성체를 하였다.
7월 1일 용산에서 학기말시험 실시. 라틴어반 7명, 철학반 4명, 신학반 3명 등 모두 14명이 시험을 치르다. 이번시험으로 한 해 동안의 학습결과가 드러났는데 라틴어반 학생들은 조금 시원찮아 보인다.
7월 2일 일본으로부터 좋지 못한 소식이 오다. 뉴오리엔탈 은행이 파산했다는데 우리는 거기에 7천불이나 예치해놓고 있잖은가. 오 하느님! 어떻게 대성당을 완공한단 말인가!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주시면 그 짓는자는 수고가 헛되리 로다」 자비의 천주여, 당신이 우리에게 맡기고자 하신 것을 축복해 주시고 또 많게 해주시옵소서!
7월 18일 오늘 처음으로 지난번 성사집행 결과를 집계해 보다. 성인 영세가 1천 4백 33명, 교우수 2만 8백 40명. 「천주께 감사!」천주께서는 모든 영광과 찬미를 받으시기를!
7월 27일 오늘 대성당의 벽돌쌓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벽은 붉은 벽돌로 쌓고 그 사이사이 버팀벽은 회색벽돌로 쌓아 훌륭한 효과를 내려한다.
7월 28일 성 요셉성당(현 중림동 성당)의 지붕과 바닥이 완성되었다. 창과 출입문들도 모두 자리가 잡혔고 몇몇 유리창은 표본삼아 원화형(圓花形)으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8월 4일 회의 개최. 두세·리우빌 신부 참석. 신학교 지급액을 2천 4백 불로 결정, 수입액에 차질이 생겨 경상지출이 아직 1천6백 불이나 남아있다. 천주께서 도와주시기를! 「오늘 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지하 성당의 외벽이 성당의 바닥 높이까지 올라왔다. 공사는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9월 7일 어제 오늘 사방에서 신학교 지원자들이 속속 당도하다. 동료 신부들로부터의 소식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올해 들어온 신입생은 10명이다.
9월 21일 나의 두 번째 주교 성성 기념일이다. 참석자는 31명, 축사 및 음악. 10시 반경 모두 수녀원으로 가다. 축하 노래 중 한 곡을 한 수련자 수녀가 프랑스말로 노래해주었다. 그야말로 꽃다발속의 축연이다.
9월 26일 가경자 앵베르·모방 샤스따의 묘소 참배.
9월 27~28일 현재 조선의 각도별 교우수는 다음과 같다. 경기도 5천 5백 21명, 강원도 2천 3백 80명, 전라도 4천 6백 59명, 황해도 6백 11명, 충청도 4천 1백 86명, 평안도 2백 98명, 경상도 2천 8백 86명 함경도 2백 89명, 총 교우수 2만 8백 40명.
10월 3일 정조원 씨가 71세 된 윤참판. 노인과 이 교리를 데리고 찾아오다. 그들은 우리 성교(聖敎)를 믿고 싶단다. 그렇지만 그들의 방문은 대단한 호기심에서이기도 하고, 또 몇 가지 어려운 문제를 타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우리가 그들 정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없는가를 알아보려는 심산에서 이기도하다.
10월 9일 안양에 있는 우리 논이 올해의 수확물까지 포함, 9만 5천 냥에 거의 다 팔렸다.
10월 20일 지난 10월18일 프와넬 빌렘 알릴스 신부들과 함께 구리개로 왕의 행차를 보러갔었는데, 그것을 기록한다는 것을 깜박 잊었다. 좀 늦게 갔으므로 왕의 얼굴을 분명히 알아 볼 수는 없지만, 전하께서 인사에 답하려고 우리 쪽으로 돌아섰을 때 마음 놓고 인사를 드릴 수는 있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