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심히 고통스러웠던 스테파노의 마음은 성실한 믿음의 노력으로 평온을 되찾은 것 같았다. 『스테파노, 이젠 날씨가 더워지는군요. 스테파노와 이렇게 만나 이야길 나눈것도 벌써 여러차례가 되는군요. 매주 만나 한두 시간 이야길 나누고는 일주일 내내 보지 못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스테파노와 함께 스테파노를 위해 기도해왔습니다』
『신부님, 저도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저의 생활의 전부입니다. 화요일만 되면 기다려지는 하루하루가 굉장히 지루합니다. 목요일이면<오늘은 또 신부님이 오셔서 나를 찾을 것이다>하는 생각을 하노라면 기쁨으로 마음은 달아오릅니다』세상은 이렇게 정이 가면 정이 오게되는 모양이다.
『틀림없이 스테파노의 곁에는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심이 분명합니다. 철저한 신앙 가운데 삶이 이룩된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는 별로 의미가 없어집니다. 세상 모든 사람은 죽음앞에서는 무기력해집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초연해질 수 있는 마음의 상황은 예수 그리스도를 철저히 신앙하는 자에게만 있을 수 있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그리스도를 신앙하는 믿음의 생활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 점점 더 깊이 사무쳐집니다.
그렇지만 신부님, 죄인의 경우는 예수님의 부활과 어떻게 연관지어 집니까? 죄인에게도 그리스도 부활의 영광이 허용됩니까?』 이것이야말로 스테파노가 알고자 애쓰는 가장 긴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친다.『원칙적으로 죄인은 주님의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유는 하느님은 죄와 전연 인연이 없기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지요』여기까지 이야길 했을때 스테파노의 안색은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그리스도를 성실히 믿고 모든것을 그리스도 안에 내맡기고 살려고 각오한 이 차제에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 하는 간절한 아쉬움에 전신이 피곤해보인다. 역시 인간에게는 내일의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본능적인 욕심인가보다. 『스테파노,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방법이 있고 길이 있습니다. 방법이있 고 길이 있는 여기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죄를 용서받는데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통의 희생이 지불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죠. 스테파노, 상당한 기간동안 이 같은 기회가 마련되었기에 이젠 성세성사를 받아야 되겠습니다』바야흐로 스테파노의 잘못된 과거가 주님의 십자가의 희생으로 용서받는 절차상의 예절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미 스테파노의 마음은 참회와 뉘우침으로 몸부림쳐왔고 참회와 뉘우침의 기준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심에서 연유되기 때문이다. 『스테파노, 이제 완전히 주님의 아들이 되는 영세예절이 7월 중순경 어느 목요일에 있으면 어떨까?』『너무 감사합니다. 신부님 저는 성세받길 간절히욕심내고 있습니다. 저는 진정 주님의 자녀가 되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과분한 은혜입니다. 신부님 성세받을 그날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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