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건만 솔로몬의 모든 영화로도 입는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마태오6ㆍ29-30)
나의 일상은 어둠에 가려 앞 못 보는 맹인처럼 그분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다. 붉은 벽돌담과 가시철망과 육중한 철대문으로 옷을 입은 현대문명은 수시로 곳곳에서 우리를 길잃은 미아가 되게하고 그분의 모습을 놓쳐버리게 한다.
제대앞에서 흘리던 참회의 눈물도 돌아서면 빨갛게 잊어버리는 부박한 속성속에 내가 그분을 발견하고 그 입김 숨소리 침묵의 말씀을 잠시나마엿들으며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는 곳은 바로 저 버려진 돌녘에 뒹구는 한조각 들, 소소하게 피는 한 포기 풀꽃, 그 꾸밈없는 자연그대로 모습 속에서이다. 진실로 가꾸지도 않고 꾸미지도 않건만 솔로몬의 모든 영화로도 비길 백합 한송이의 화미한 자태, 고귀한 향훈은 그분의 손길 아니고야 그처럼 완미하게 빚어낼 수 있겠는가. 핵무기를 만들고 우주비행을 자랑할 순 있어도 인간의 손이 그 같은 꽃 한포기의 모습을 임의로 바꿀 수 있으며 그 향훈을 가장할 수 있을까.
자연은 신의 매개체다. 신은 언제나 가장 작고 비천한 것, 버려진 것 속에 홀로 숨어계시다. 때문에 우리는 현란한 보석상자나 제왕의 자리에서 얻을 수 없는 안식과 평안을 들에 핀 한송이 풀꽃에서 찾을수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