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요안과 한가지로 신앙을 증거한 5명의 부녀자들은 한결같이 기해박해때 한 명 이상의 순교자를 낸 집안일 뿐더러 순교한 가족 전원 이후에 모두 복자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들간의 공통된 특징을 찾을수 있다.
권 발바라는 이미 순교한 이광렬의 형수가 되며 앞으로 순교할 이 아가다에게는 어머니가 된다. 이 아가다는 순교자 남명혁의 아내이고 박 마리아는 궁녀 출신으로 이미 순교한 박 루시아의 언니이다.
이 발바라는 이미 순교한 이 막달레나와 이 데레사에게는 언니와 조카가 되고 앞으로 순교할 허 막달레나와 동명인 이 발바라에게는 딸과 아주머니 벌이 된다. 끝으로 김 아녜스는 우리에게 가장 알려진 순교자 중 하나인 김 골롬바의 바로 동생이 된다.
이와 같이 서로 부부 부녀 모녀 형제 사이가 되는 그들은 대개의 경우 같은날 사형선고를 받게되고 또한 같은 날에 같이 순교하기를 간절히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에 아주 가까운 친척을 한날 죽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부득이 그 중 한명의 사형집행이 연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권 발바라와 이 마리아는 그들의 남편이 다 서울에 거처하면서 화장으로서 주교와 신부를 보필하고 있었으므로 내조자로서의 그들의 수계상황이나 체포와 순교 경위가 아주 비슷하다. 공소때가 되면 으례 그들의 집을 공소집으로 제공하고 주교와 신부를 정성껏 집에 모시고 복사하는 한편 성사를 타당히 예비하도록 여러 교우들을 힘써 인도하고 가르쳤다.
두 가족이 잡힌 것은 한날이었다. 2월 25일(4ㆍ8) 한밤중에 습격해온 포졸들은 우선 이 마리아의 일가를 체포한 다음 곧장 정 발바라의 집으로 달려와서 그의 일가를 체포했다. 잡힌 가족 중에는 이 마리아에게는 12세의 어린자식이 있었는가 하면 정 발바라에게는 17세와 12세의 어린자녀가 끼어있었다.
그러므로 두 어머니는 그들 자신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형벌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특히 어머니의 마음을 가장 괴롭게 한 것은 어린 자녀들이 받는 고통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굳은신앙으로 육정을 극복하고 다만 주님의 영광으로 돌리며 조금도 슬픈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린것들이 포청에서 포장이 배교하라고 때리고 또 포교배들도 때리기를 매일같이 되풀이 할뿐만아니라 게다가 주림과 목마름과 추위 염병 등에서 오는 옥고를 겪고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야했던 두 어머니는 어머니된 마음으로서 얼마나 마음을 태웠으리오마는 그러나 천주를 만유위에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을 굽히지는 못했다. 지당하게도 어떤 증인은『세상은 생각이 없고 바라는바 주모시오 향하는바 천당이었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권 발바라는 본시 외교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이 아오스딩과 결혼한 후에 남편과 한가지로 입교했다. 발바라는 무례한 언동을 한다고 포교배를 꾸짖은 일이있었다. 이때 그의 남편의 경고를 듣고 크게 깨달은바 있어 그후로는 형벌과 욕을 많이 받았으나 다 감수인내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체포 당시 권 발바라의 나이 46세였고 이 마리아의 나이는 36세였다.
박 마리아는 그의 동생 누시아의 빛나는 순교에 비길만한 것은 못될지라도 그러나 그는 순교에서 훌륭한 신앙심을 보였다. 박 마리아는 본성이 충직하고 순수하였다. 서울 동생 집에서 의식을 박하게 하고 애긍에 힘쓰며 신공을 부지런히 하면서 자매 한가지로 열심수계하더니 3월 2일에 같이 잡혔다. 때에 마리아의 나이 54세였다.
이 발바라는 시홍 봉천에서 출생하였고 어려서부터 이미 수정할 마음을 먹고있었으나 시집갈 나이가 되자 외인인 부친이 외교인에 출가시키려 하므로 발바라는 다리병 시늉을 하면서 병신처럼 3년동안이나 앉아서 지냈다. 그 덕택으로 간신히 직산에 사는 한 교우에게 시집갈 수 있었다.
그러나 동거 2년만에 그만 남편을 여의고 게다가 수계하기도 불편해서 봉천마을 친정으로 돌아와서 얼마동안 지냈으나 결국 서울의 동생 집으로 가서 형제 한가지로 의지하며 지냈다. 2월 28일 마침 성사보러 상경한 모친과 함께 일가족 4명이 포졸들을 찾아가 자수하기에 이르렀다. 1799년에 출생했다고 하니 그때 발바라의 나이 41세였을것이다.
형조에서 다 같은날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동생과 고모가 먼저 순고하였고 어머니보다는 약 20일 앞서 순교하였다.
끝으로 김 아녜스는 언니 골롬바의 순교에 비교하면 약간 그 빛을 잃는 느낌이 없지않으나 그렇다고 하여 다른 순교자들과 한꺼번에 다루기도 아깝다고 생각되므로 다음번에 따로 소개해 볼까 한다.
승정원 일기에서 다행히 이상 4명의 순교자 중 3명의 이름을 밝혀낼 수 있다. 여기에 보면 권 발바라의 이름은「희」요 이 마리아의 이름은「연희」이고 이 발바라의 이름은「정희」로 기록되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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